"배심제 등 美 형사사법제 나쁜 선례일 수 있어"
"배심제 등 美 형사사법제 나쁜 선례일 수 있어"
  • 기사출고 2005.06.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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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교수, 공개포럼서 '미국의 문제점 12가지' 지적"한국 제도의 우수한 부분 유지, 발전시키는 것 중요"
미 하와이 대학의 데이비드 존슨(법학 · 사회학)교수가 미국 형사사법제도의 12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의 사법개혁을 위한 7가지를 제언했다.

◇데이비드 존슨 교수
6월17일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린 공개포럼에서 존슨 교수는 특히 배심제 등 미국 제도를 받아 들이려는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 신중한 접근과 함께 배심제로 대표되는 미 형사사법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는 "배심제는 훌륭한 이상적 제도이지만 플리바기닝 등 실제 시행되는 모습과 연계해 볼 때 썩 매력적인 제도는 아니다"고 지적하고, "형사재판제도를 바꾸더라도 너무 복잡하게 바꾸지는 말라"고 제의했다.

그는 "미국이 어떤 면에서 사법정의를 위해 따라서는 안 될 나쁜 선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며, "한국 형사사법의 우수한 부분들을 유지 ·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실규명의 신빙성을 개선하기 위해 영사녹화조사의 실시와 함께 목격자가 모든 혐의자를 동시에 지켜보게 하지 말고 개개의 혐의자를 순차적으로 찬찬히 볼 수 있도록 하는 '목격자 순차 라인업'을 하라고 제의했다.

그는 "경찰도 형사사법개혁의 장에 같이 들어 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한국에서는 부정부패가 중요한 문제인데, 부정부패에 대한 가장 실효성있는 전략은 도덕적, 법적인 접근보다 사회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미국인이 본 일본의 검찰제도"를 저술, 미국사회학협회와 미국범죄학협회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존슨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교 연구해 온 학자로 유명하다.

"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한국 형사사법개혁의 방향"이란 주제를 내걸고 대검의 후원으로 대한변협이 주최한 공개포럼에서 존슨 교수가 지적한 '미국(형사사법제도)의 12가지 문제점들'을 요약, 소개한다.

◇강력사건의 높은 비율=미국은 선진국들중 강력사건의 비율이 가장 높다. 미국에서의 살인사건 비율은 2004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5.5명으로 1990년 이래 40퍼센트 떨어졌지만, 일본의 경우보다 10배나 높다.

◇가혹한 처벌=북한을 제외하면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징벌적인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구 10만명당 730명이라는 미국의 수용자 비율은 영국의 5배, 캐나다의 6배, 독일의 8배, 일본의 12배에 달한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형벌은 위력적인 제재수단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적게 사용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미국에선 특히 마약 및 재산범죄에 대한 형벌이 다른 나라들보다 자주, 그리고 심하게 사용된다.

◇인종적 불균형과 처벌=형사사법의 각 단계마다 흑인들이 지나치게 많이 연루돼 있다.

미국의 젊은 흑인 남성의 약 3분의1이 형사사법시스템의 제한(교도소에 있거나 집행유예, 가석방 중) 아래 있고, 수도인 워싱턴은 그 비율이 약 40%에 달한다. 이러한 인종적 불균형은 미국 사회 및 미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인종적 차별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형제도=미국 형사사법의 가혹성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는 사형을 자주 집행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반적 기준에서 사형을 여전히 사용하는 2개의 부유한 민주국가의 하나(다른 하나는 일본)이다. 최근 몇년 동안 매년 50건에서 100건 정도의 집행이 이루어졌고(일본은 1건에서 4건), 약 80% 정도의 사형집행은 텍사스,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과 같은 남부주에서 이루어졌다.

◇사법의 실패=1998년 이후 유죄판결을 받은 150명 이상의 죄수들이 DNA 테스트를 통해 무죄 방면됐다. 매년 약 20건이 결백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잘못된 유죄판결의 정확한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DNA증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50명 보다는 분명히 더 많을 것이다.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적어도 116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형 집행의 길로부터 무죄 방면되어 왔고, 이들은 평균 9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928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무죄방면에 대한 사형집행의 비율은 1대8이나 되는 것이다. 만약 비행기가 9번 이륙할 때마다 1번 추락한다면 당신은 그 비행기를 계속 운항하길 원하겠습니까, 아니면 그 비행기를 착륙시키기를 원하겠습니까.

◇경찰과 검사의 잘못=미국의 경찰과 검사들은 위증이나 위증 교사, 강요, 무죄를 입증할 증거의 은폐, 부패 등 대단히 잘못된 행동들과 연관되어 있다. 일본의 경찰과 검사들도 역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곤 하지만,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형사사법시스템은 경찰과 검사들에게 법적 지름길로 가게 하는 강력한 유인을 주고 있다.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시스템=미국의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에서 돈은 너무나 중요하고, 진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정의를 구현함에 있어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진실을 발견하는 데 저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의는 진실의 실현'이고, '진실없는 정의는 우연'인 것이다.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에서는, 진실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정의가 종종 더렵혀지게 된다.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자력이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은 법률서비스의 잘못된 분배를 반영하고, 그것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플리바기닝, 배심의 사생아=플리바기닝은 사실상 미국의 모든 사법권에서 형사사법의 핵심이다. 사실 미국에서 90% 이상의 피고인은 배심에 의한 재판을 받지 않고, 검사로부터 몇가지 양보를 받는 대가로 유죄를 인정하는 플리바기닝을 통해 '공판없는 재판'을 받는다.

◇첫번째 수단으로서의 체포=90년 이후 체포에 대한 의존도가 깊어졌다.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경찰은 20% 이하의 혐의자들을 체포했다. 체포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것은 미국의 사법제도가 정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징표이다.

이외에 그는 ▲높은 무죄 비율 ▲민주주의와 형사처벌 ▲조사와 자백이란 항목으로 나눠 미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