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염소성여드름만 고엽제 노출과 인과관계 인정"
[손배] "염소성여드름만 고엽제 노출과 인과관계 인정"
  • 기사출고 2013.07.15 09: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고엽제 손배소 15년만에 마무리소송 낸 1만 6579명 중 39명만 승소
베트남전 참전했다가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의 다이옥신(TCDD) 성분에 노출돼 당뇨병, 암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참전 군인과 그 자녀들이 미국의 고엽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염소성여드름 환자들에게만 피해배상이 이루어지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7월 12일 김 모(70)씨 등 베트남 참전 군인과 가족 1만 6579명이 고엽제 제조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낸 고엽제 노출 후유증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2006다17539, 2006다17553, 2006다17546)에서 피고 측의 상고를 받아들여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이와 다른 취지의 항소심 판결을 파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 판결은 1999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5년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로, 최고법원의 판결에 의해 고엽제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염소성여드름 피해자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고엽체 피해를 입은 대다수 참전 군인과 가족들에 대한 배상이 어렵게 되었다.

대법원은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이고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병되지 아니하므로, 베트남 참전군인들에게서 발병한 염소성여드름은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베트남에서 살포된 고엽제에 노출되어 발병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염소성여드름 이외의 당뇨병,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암, 만발성피부포르피린증, 호지킨병, 다발성골수종 등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들 질병은 그 발생 원인 및 기전이 복잡다기하고, 유전 · 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 · 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므로, 베트남 참전군인들에게서 생긴 위 각종 질병이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베트남전에 살포된 고엽제에 노출된 것 때문에 발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다른 증거들이 필요한데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고엽제후유의증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상 고엽제후유의증 질병이나 고엽제후유증 질병 중 말초신경병과 버거병은 고엽제 노출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선친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고엽제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2세들에게 말초신경병이 발병하였다는 참전군인 자녀들의 주장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에선 고엽제 노출과 이로 인한 질병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뿐만 아니라 국제재판관할권과 준거법, 고엽제의 제조물로서의 결함 여부,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분명한 판단이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고엽제 노출로 인한 피해자가 우리나라 참전군인이고, 실제 손해가 발생한 장소도 우리나라이며, 피고들도 고엽제에 노출된 참전군인들이 우리나라에 귀국하여 우리나라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한국 법원이 그 피해 배상 여부에 대하여 재판할 정당한 이익을 갖고 있다고 판단, 한국의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했다. 이 사건에 적용되어야 할 준거법도 한국법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또 베트남전 당시 피고들이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에 미칠 유해성에 관하여 충분히 조사 · 연구하고 고도의 위험방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으므로 제조물인 고엽제에는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선 이같은 설계상의 결함과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염소성여드름 외에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

대법원은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도, 염소성여드름이 발병한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판정받아 등록을 마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질병이 염소성여드름이라는 것과 그것이 고엽제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그 등록일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가 객관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 고엽제후유증환자 등록일로부터 3년의 기간이 지나기 전에 가압류를 하거나 소를 제기한 피해자들의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고, 피고 측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김씨 등 베트남 참전군인과 가족 등 1만 6579명은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되어 당뇨병, 암, 염소성여드름 등의 질병이 생겼다며, 고엽제 제조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제조물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 재판부가 말초신경병, 버거병 환자를 제외한 고엽제 후유증 환자 5227명에게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상이등급에 따라 1인당 600만~46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었으나, 이번에 염소성여드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재판이 마무리된 것이다.

원고측은 백영엽 변호사가 대리했으며, 다우케미컬은 법무법인 충정이, 몬산토는 법무법인 양헌과 세종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