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재판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유언장 공방
삼성가 상속재판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유언장 공방
  • 기사출고 2012.08.0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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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분할협의서 인정 못해…유언장 공개하라"이건희 회장 "유언장 없어, 생전에 재산분할 완성"
과연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에 대한 자녀들의 분할협의가 있었던 것일까. 또 이병철 회장의 유언장은 없는 것일까.

7월 25일 열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 형제들과의 상속소송 세번째 재판에서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병철 회장이 작고한 지 2년 가량 지난 1989년에 작성되었다는 협의서를 보면, '제일합섬 주식 7만 5000주는 창희씨, 10만주는 건희씨, 전주제지 주식 7만 4000주는 인희씨가 갖고, 조선호텔과 신세계 주식 일부를 명희씨가 갖는다'는 등 주식 분배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날인도 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맹희, 이숙희씨는 상속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확한 작성날짜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공증을 받은 흔적도 없다.

이같은 점을 들어 이명희씨 등 원고 측 대리인은 "대(大)삼성그룹에서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상속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방증"이라고 날선 공세를 폈다. 원고 측 대리인으로 나온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는 "기명 재산을 나열하고 '나머지 상속재산 일체를 이건희 회장에게 귀속한다'는 한 문장만 넣으면 재산분할이 완료되는데 그런 문장이 없다"고 피고 측을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들은 모두 이건희 회장이 단독 상속한다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가 확고해 생전에 적정한 재산 분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협의서는 이후 상속재산 등기 등을 위해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서류"라고 설명했다. 또 "협의서는 주된 쟁점이 아니라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시비는 이병철 회장의 유언장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 측은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피고 측 설명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이 정식 유언을 남기지 않았지만 생전에 명확한 후계체제를 정립해 재산을 나눠 놓으면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실제 재산분할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반면 원고 측은 1996년 9월 당시 신문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며, "선대회장은 유언장을 작성해 법원 공증까지 받았다. 선대회장의 유언장을 공개하지 않는 건, 선대회장이 포괄승계 유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거나 그 뜻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유언대로 상속이 이루어져야 하고, 유언이 없었다면 민법상의 상속지분대로 상속해야 하지만, 자손들이 상속재산 분할에 대해 협의했으면 물론 협의내용에 따르게 된다. 따라서 피고 측은 유언장은 없고, 분할협의서가 있다며 협의서대로 상속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인 반면 원고 측은 협의서의 성립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선 또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재산상속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원고 측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는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것이지 모든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한 반면 이건희 회장 측은 "후계자 선정은 경영권 및 경영권을 뒷받침할 주식의 승계를 포함한다"고 맞섰다.

이건희 회장 측은 또 "선대회장은 차명주식을 활용해 경영했다"고 소개하고, "다른 자식들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 측은 "원고 측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문제를 일반 가정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주장도 폈으나, 재판부는 "이 사건은 상속재산이 경영권과 관련된 것일 뿐 국내 최대 기업인 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외에 동산인 주식에 대한 상속권이 침해되었을 경우 제척기간의 기산점이 될 수 있는 침해의 시점 등을 놓고 유명 변호사의 증권거래법 저서와 학술논문 등의 내용이 인용되는 등 양측 대리인들이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

재판부는 법리 주장은 충분히 이루어진 만큼 양측에 구체적인 입증을 촉구했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요건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 제척기간 도과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분명히했다. 또 삼성 특검 자료 중 ▲선대 회장 생전 차명상태로 관리된 주식 현황 자료 ▲특검팀 계좌 추적에 의해 확인된 금융 자료 ▲이건희 회장 진술서 ▲공판 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두 차례의 재판과 달리 방청석이 넓은 466호 대법정으로 옮겨 진행됐다. 세간의 높은 관심과 함께 방청객이 많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날도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재판을 방청하려는 긴 줄이 법정 앞에 이어졌다. 방청석엔 삼성 관계자, 로펌 관계자 등의 모습도 보였다.

다음 재판은 8월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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