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사람보다는 덕망 높고 이해심 깊은 법관 원해"
"영리한 사람보다는 덕망 높고 이해심 깊은 법관 원해"
  • 기사출고 2011.10.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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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새시대에 맞는 법관상' 주문사법제도 변화 예고…"보석조건부 석방제 도입 필요"
◇양승태 대법원장이 9월 27일 ...


"국민은 영리하기만 한 사람보다는 덕망 높고 이해심 깊은 사람이 법관이 되기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

양승태 제 15대 대법원장이 9월 28일 취임,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장문의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6년간 사법부를 이끌 다양한 구상을 밝힌 그는 특히 법관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은 법률전문가이기 전에 훌륭한 인품과 지혜를 갖춘 인격자이어야 한다"고 했고, "법관이 우리 인생의 목표가 되어야 할 영예로운 직분이지 결코 다른 목표를 향한 수단이 되거나 단순히 선망 받는 취업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또 "우리의 전통적인 법관인사제도는 법조인력의 부족함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로 가치를 발휘하여 왔지만 결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관상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말해 법조일원화를 적극 추진할 뜻임을 시사했다.

양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동안, 법관의 직에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결한 인격과 높은 경륜을 갖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국민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제도와 절차, 심급구조, 법원조직, 인사제도 등 여러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변화와 개혁을 예고했다.

특히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법조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 주거제한, 피해자 접근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부과하여 석방하는 제도로, 조건을 위반하게 되면 보석금 등을 몰수하고,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을 집행하는 제도다. 얼마 전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던 스트로스 칸 전 IMF총재가 보석금 6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풀려나 가택에서 24시간 감시를 받은 게 대표적인 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고,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에서도 합의되었으나 도입되지 않았다. 검찰도 반대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의 수준은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 시인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민으로 하여금 법원 속을 들여다보게 하고, 사법부 구성원들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마음을 열어 보임으로써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투명하고 열린 법원을 만들어 가자"고 법원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무엇보다도 법원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우선이라고 밝힌 것이다.

스스로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며 오직 법치주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재판을 해 왔다는 양 대법원장이 이끌어 갈 앞으로 6년의 사법부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날 취임식엔 하철용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권재진 법무부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정선태 법제처장,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그림자 배심원, 시민사법모니터, 조정위원, 법률상담위원, 가사상담위원, 시민자원봉사자, 소년보호자원자, 전문심리위원, 대법원 영블로거 대학생 등 각 그룹별로 초청된 100여명의 일반시민이 참석해 '양승태 사법부'의 출범을 축하했다.

김미정 기자(mjk@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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