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오토바이에 호의동승 했다가 사고 나 다쳤어도 동승자 잘못 없어"
[교통] "오토바이에 호의동승 했다가 사고 나 다쳤어도 동승자 잘못 없어"
  • 기사출고 2019.03.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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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가해 차량 보험사에 100% 책임 인정

20대 여성이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동승했다가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대퇴골 골절상 등을 입었다. 가해 트럭의 보험사는 이 여성이 운전자에게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책임 제한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무상동승만으로 운전자에게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얼마 전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없는 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탔다가 사고나 숨진 동승자에게 45%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선고된 적이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동승자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한 것이다. 이 사건에선 또 가해 트럭의 운전자가 음주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 노현미 판사는 1월 31일 남자친구가 모는 오토바이에 동승했다가 교통사고로 다친 박 모(여 · 사고 당시 25세)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해 트럭의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5262850)에서 이같이 판시, 트럭 운전자의 책임을 100% 인정해 "삼성화재는 박씨에게 2억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2015년 12월 26일 오전 2시 40분쯤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클릭(CLICK) 125 오토바이에 동승해 춘천시 칠전동에 있는 조달청 앞 교차로의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가다가 2차로에서 유턴하던 덤프트럭과 부딪혀 대퇴골 골절상 등을 입었다. 당시 덤프트럭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9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씨가 가해 트럭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삼성화재를 상대로 2억 2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는 재판에서 "박씨가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호의로 동승했으므로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따라 책임이 제한되어야 하거나, 박씨는 동승자로서 운전자인 남자친구에게 오토바이 지정차로를 준수하도록 하는 등 안전운전을 촉구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으므로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판사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94다32917 등)을 인용, "호의동승의 경우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으나,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바로 이를 배상액 경감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차량에 무상으로 동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차량의 운전자가 현저하게 난폭운전을 한다거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성이 상당한 정도로 우려된다는 것을 동승자가 인식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한 차량의 동승자에게는 운전자에게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들과 피고가 주장하는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호의동승으로 인하여 사고로 인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사정이 있다거나, 단순한 차량 동승자인 원고에게 운전자에 대하여 안전운행을 촉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삼성화재의 책임 제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