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신년인터뷰] IBA 서울총회 준비하는 IAKL 최정환 회장
[리걸타임즈 신년인터뷰] IBA 서울총회 준비하는 IAKL 최정환 회장
  • 기사출고 2019.02.1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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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KL은 변호사 국제화 플랫폼
청년변호사 해외진출 적극 지원하겠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법조계도 변호사들의 국제화가 커다란 화두 중 하나다. 한마디로 한국변호사들이 굉장히 똑똑하고 스마트한데 국제적으로는 저평가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한국변호사로서 국제변호사단체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장 국제화된 사람이 누굴까. 아시아 변호사로는 유일하게 세계변호사협회(The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IBA)의 14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2017년 9월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LAWASIA)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1년 후인 지난해 9월엔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회장으로 선출되어 전 세계의 한인법률가를 연결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최정환 변호사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최정환 변호사
◇최정환 변호사

국제변호사단체 활동은 "나의 소명"

리걸타임즈가 2019년 신년인터뷰의 주인공으로 만난 그는 국제변호사단체 등에서의 활동을 일종의 소명으로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IAKL 활동에 관여한 지 약 20년 되었어요. 이후 IBA, 로아시아에서도 활동하며 공교롭게 세 단체에서의 중책을 동시에 맡게 되었는데, 이게 다 한국 법조계, 한국변호사들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신이 제게 부여한 사명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다가오는 9월 코엑스에서 개최될 IBA 서울총회 준비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에게 2019년 새해는 한층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9월 22일 시작되는 IBA 서울총회보다 사흘 빨리 서울대 로스쿨에서 진행될 IAKL 2019년 총회와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주재해야 하고 올 11월엔 로아시아 회장으로 공식 취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최 회장을 만나 20년에 걸친 국제변호사단체에서의 활동과 새해 구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IBA 서울총회 준비위원장도 맡아

-국제변호사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우연한 계기로 IAKL을 알게 되어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약 20년 전 얘기인데,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을 더 공부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NYU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LA에 있는 미국 로펌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2주간 파견을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교포 3세 변호사분의 소개로 IAKL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의 권유로 1998년 IAKL LA 콘퍼런스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IAKL에 참석하는 변호사가 100명도 안 되는 초창기 시절이었어요. 그 후 한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한 번만 도와드리자고 한 것이 이후 14년 동안 사무총장으로 봉사하고 회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3000명 넘는 회원 확보

1988년 뉴욕에서 제1차 총회를 열며 시작된 IAKL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등 한인법률가들의 모임으로, 30년이 흐른 현재 23개가 넘는 나라에 상주하는 300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98년부터 참여해 14년간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최 회장은 IAKL의 산증인과 같은 사람으로, 그는 지난해 가을 애틀랜타 총회에서 제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가 사무총장으로서 보필한 회장만 신웅식, 김평우, 강봉수, 우창록, 박홍우, 조대연, 조문현 회장 등 7명에 이른다.

IAKL에서 봉사하며 국제변호사단체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는 최 변호사는 이후 IBA, 로아시아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혀 갔다. 최 변호사는 2009년 당시 김평우 대한 변협 회장이 이끄는 변협 집행부에서 국제이사를 맡아 이듬해 김평우 회장을 도와 IBA 서울총회 유치 신청을 내는 등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에 발 벗고 나섰다. IBA 등에서도 한국 법조계, 한국변호사의 국제화를 위해 애쓰는 최 변호사의 노력을 눈여겨보았고, 최 변호사는 2014년 IBA 동경총회에서 14명의 IBA 이사 중 당연직 이사 12명을 제외하고, 선거로 뽑는 2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선출되었다. 임기는 4년. 14명의 이사 중 아시아 출신으로는 그가 유일하며, 그의 IBA에서의 활동이 2015년 2월 서울이 2019년 IBA 총회 장소로 결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최 변호사는 "10년 전 당시 김평우 변협 회장이 IBA 서울총회 유치 신청을 내고 이어 신영무, 위철환 회장 등 변협 집행부와 서울시 등이 끊임없이 IBA 집행부를 설득하고 노력해서 성사되었는데, 변호사들의 유엔총회라고 할 수 있는 IBA 총회를 서울에서 열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쾌거"라며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 수준과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변협과 함께 같은 변호사 출신인 오세훈, 박원순 시장으로 이어지며 서울시가 적극 지원한 것이 유치 성사에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 서울시는 IBA 서울사무소에 종로의 서울글로벌센터 공간을 무상임대해주기도 했다.

◇최정환 변호사
◇최정환 변호사

'북핵 리스크' 무산 위기 극복

그러나 최종적으로 올 9월 총회 개최가 확정되기까지 고비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BA 이사회에서 '북핵 리스크'가 거론되며 서울총회 개최가 무산될뻔한 것. 당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핵 리스크가 최고조로 달했던 시기로 IBA에선 북핵 리스크가 회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총회 개최 장소 재고려를 검토했고, 대체 후보지로 캐나다의 밴쿠버와 덴마크의 코펜하겐 컨벤션 센터를 가계약까지 한 상태에서 논의를 벌였다. 프라하로 날아간 최 변호사는 IBA 이사들을 접촉하며 "한국에선 늘 겪어왔던 일이고 북한이 지금 전쟁을 벌일 수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최 변호사의 말이 맞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한반도에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되었고, 만일 북핵 리스크를 이유로 서울총회가 무산되었다면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특히 올 서울총회를 주재할 차기 회장인 호라시오 베르나르데스 네토(Horacio Bernardes Neto) 브라질 변호사의 연설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최 변호사가, 네토 변호사가 연설에서 강조한 서울총회를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룰 오브 로' 정신에 어긋난다

"변호사단체의 제일 큰 밸류(value)는 룰 오브 로(Rule of Law)인데, 그것은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다. 우리가 서울에 간다고 약속을 해 놓고 지금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깬다는 거는 우리 협회의 정신에 어긋난다 이것이 네토 변호사가 얘기한 첫째 이유예요. 이어 회원들이 안전을 걱정해 서울총회에 많이 참석하지 않으면 IBA에 손해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IBA가 200만 파운드, 300만 파운드짜리 프로젝트도 많이 하지 않느냐, 서울총회를 내년도(2019년)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리고 북한의 독재정권에 맞서 룰 오브 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변호사들을 우리가 서포트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자, 좀 손실이 나도 좋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마지막으로 네토 변호사가 서울총회 다음의 IBA 총회 장소로 예정된 마이애미와 비교해 마이애미에는 허리케인이 자주 오는데, 마이애미에서 우리가 총회를 개최했을 때 태풍 불지 누가 아냐, 만약 지금 상황에서 서울총회를 안 하겠다는 것은 허리케인이 올까 봐 마이애미에 가는 것을 취소하자고 하는 것과 똑같은 거다, 이렇게 이사들을 설득해 서울에서 예정대로 2019년 총회가 열리게 된 겁니다."

가족 포함 1만명 방문 예상

최 변호사는 올 가을 서울에서 IBA 총회가 열리면 전 세계에서 약 8000명의 변호사가 참석할 것이고, 이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할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IBA 총회 때 한국을 찾는 변호사 등이 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전 세계 주요 나라의 엘리트 로펌들이 참여해 프로모션 등 다양한 미팅을 주선하고, 1주일간 약 200개의 세션이 예정되어 있다며 한국변호사들로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분야든 유명 변호사들을 만나고 세계 법조계의 최신 동향을 접할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최 변호사는 IBA 이사가 된 지 3년 후인 2017년 가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변호사단체, 개인변호사, 법률회사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로아시아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최 변호사가 멘토 중 한 명으로 존경하는 페르난도(Fernando Pelaez-Pier) 전 IBA 회장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최 변호사는 회장으로 당선되어 오는 11월 로아시아 홍콩 총회 후 차기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페르난도 권유로 로아시아 회장 출마

"대한변협 국제이사로 있을 때부터 뵈었는데, 제가 한국 법조계의 국제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IBA 등 국제변호사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고 계세요. 로아시아 회장 선거만 해도 로펌에서의 변호사 업무 등으로 바빠서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로아시아 회장을 맡아 경험을 쌓고 로아시아를 개혁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권하셔서 출마하게 된 겁니다."

IAKL, 로아시아 회장이자, 준비위원장을 맡아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릴 IBA 서울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최 변호사에게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최 회장은 "내가 IAKL, 로아시아, IBA 등 세 국제변호사단체의 접점에 있는 셈인데, 이것 역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세 단체를 연결시켜 한국 법조계, 한국변호사의 국제화에 큰 진전이 이루어지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예컨대 IAKL과 IBA, 로아시아와의 조인트 콘퍼런스가 최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계획 중 하나로, 2019년도 IAKL 서울총회가 IBA 서울총회 사흘 전에 시작되도록 일정을 잡은 것도 IAKL 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많은 해외 한인변호사들이 자연스럽게 IBA 서울총회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한다. IAKL 2019년도 총회는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진행되며, IBA 서울총회는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코엑스에서 1주일간 진행된다. 최 회장은 "약 200개에 이르는 IBA 총회의 각 세션마다 IAKL 멤버들을 스피커 중 한 명으로 추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IAKL과 로아시아는 오는 2월 13일 서울에서 공동으로 봄리셉션(Spring Reception)을 주최하기로 하는 등 최정환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한층 긴밀한 협력을 주고받고 있다.

-IAKL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우선 IAKL을 국제업무를 하는, 국제업무에 관심이 있는 한인변호사들을 위한 일종의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한다. 한국 로펌들이 국제업무 수행 등 프랙티스는 잘 하는데, 변호사의 국제변호사단체 진출 등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변호사단체 진출을 놓고 변호사들 사이에 경합이 생기거나 했을 때 이를 코디해주는 기관 등은 없는 실정이다. IAKL이 국내외에 연결된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러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한국변호사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정보 제공은 물론 한국변호사들이 외국으로 나가게끔, 국제무대에 진출하게끔 도와주고, 청년변호사들도 유럽이나 남미 등 어느 지역이든 IAKL 회원들의 법률사무소에 가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 현지에서 채용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최정환 변호사
◇최정환 변호사

-최 회장 얘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IAKL이 설립되어 약 30년의 역사가 쌓이며 전 세계 한인변호사들을 찾아내고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거꾸로 한국변호사들이 IAKL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플랫폼의 기능을 본격화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렇다. 청년변호사들에게 멘토링과 트레이닝 기회를 제공하고, 일할 데도 구해주고. 외국 가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제화 플랫폼이 되자는 거다. IAKL은 지금 모세혈관처럼 전 세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옛날에 우리 산업 일꾼들이 진출했듯이 이번에는 변호사들이 해외로 뻗어 나가야 하고, 이를 IAKL이 앞장서 지원하겠다는 거다."

-IAKL 활동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 중 하나는 23개 나라의 한인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데, 정작 가장 가까운 북한의 변호사들이 총회 등에 참석했다는 얘기가 없다.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할 생각은 없는가.

북한 변호사 참가 준비

"로아시아의 경우 북한 변호사들이 참여도 하고, 연락도 하고 있다. IBA도 내년 서울총회에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하고 싶어 한다. IAKL도 나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북한 변호사들이 온다면 IAKL과 IBA 총회 모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IAKL 활동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준비 중인 역점 사업 중 하나는 IP 커미티(committee), M&A, Anti Trust 커미티, 우먼 커미티, 영로이어스(Young Lawyers) 커미티 등 전문분야 커미티의 활성화. 최 회장은 "예컨대 일본 IAKL, 독일 IAKL, 뉴질랜드 IAKL 등 주요 나라별로 IAKL 조직이 활성화되어 있고, 미국은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애틀랜타 등 도시별로 조직이 갖추어져 있다"며 "여기에 전문분야 커미티를 더해 IAKL 회원들을 가로세로로 묶어 활동을 더욱 긴밀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업무협력약정 체결

또 입양아 등에 대한 법률지원 등 전 세계 IAKL 회원들의 국제역량을 활용한 프로보노 활동 강화가 최 회장이 IAKL의 발전을 위해 추구하는 사업들로, IAKL은 지난해 8월 각 나라에 소재한 한국 영사관과 협력해 해외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국민에게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률지원을 제공하는 '재외국민보호 및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력 약정'을 외교부와 체결했다.

"한국변호사들이 우수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국내만 생각해선 너무 활동범위가 좁고, 법학교육제도가 로스쿨로 바뀌어 변호사들도 매년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걸 IAKL이 플랫폼이 되어 지원하자는 겁니다."

최 회장은 특히 변호사 후배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망설이지 않고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라고 적극적인 도전을 강조했다.

'국제통' 최정환 변호사에게 2019년은 어느 해보다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로펌 변호사 30년의 경력이 쌓인 최 변호사가 새해 IAKL, IBA, 로아시아를 연결하는 한국 법조계, 한국변호사의 폭발적인 국제화를 꿈꾸고 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