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사명' 강조하는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변호사의 사명' 강조하는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 기사출고 2016.04.0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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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타임즈 파워인터뷰]"변호사단체가 잘 해야 변호사들 욕 안 먹어"
사시 존치 논란에서부터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법조 브로커 문제 등 다른 어느 때보다도 법조에 현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전국의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선 상황. 이에 비례해 변호사단체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개업변호사만 13,000명

리걸타임즈는 지난해 1월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찾았다. 서울변호사회는 개업변호사만 약 1만 3000명, 휴업 중인 변호사를 더하면 전체 회원이 1만 5000명이 넘는 매머드 변호사회로, 역사도 한국의 변호사단체 중 가장 오래됐다. 취임 1년을 훌쩍 넘긴 그를 만나 한국 법조의 발전방향, 서울변호사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변호사법 1조를 보면 변호사의 사명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어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이 변호사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변호사가 그럴진대 그런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구성된 변호사단체는 더욱 공공성을 지향해야 하겠죠. 그런 자세로 회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도중 변호사법 1조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변호사의 사명을 명시한 규정으로, 변호사단체 또한 이러한 변호사의 사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변호사들을 교육하고 내부 관리 업무만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변호사단체 중에서도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인 서울변호사회의 역할이 그렇게 좁아져선 안 되겠죠. 변호사가 변호사법에 명시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서울변호사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변호사회의 활동을 들여다보면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김한규 회장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 변호사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지만, 변호사단체 서울변호사회의 활동은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내정간섭' 비판성명 공감 끌어내

서울변호사회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등 4개국 외교사절이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을 방문해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대해 항의하자 지난 1월 17일 "대한민국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취지의 비판성명을 발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4개국 외교사절은 7월 1일부터 허용되는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의 합작법인 설립요건과 관련, 한국 로펌의 이익만 보호하는 불리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민 위원장이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을 보류할 정도로 파장이 적지 않았으나, 서울변호사회가 내정간섭이라고 짚어내며 비판성명을 발표한 후 여론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뀐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이번 사태를 지켜본 여러 사람의 의견.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은 이후 원안대로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대사 등은 특히 '외국 참여자의 지분율 · 의결권을 49% 이하로 제한'한 것과 국내외 로펌을 막론하고 '합작참여자에게 설립 후 3년 이상의 운영경력을 요구'하는 조항 등이 문제라고 집중적으로 반대의견을 제기했으나 이들 내용도 그대로 통과되어 7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한규 회장은 인터뷰에서 "미국대사 등이 주장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며 "의견이 있으면 국회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든가 해야지 법사위원장을 방문해 외교적 마찰 불사 등을 운운하며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 행사에 항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보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 해결 촉구

서울변호사회는 또 2014년 9월 헌법소원에 이어 2015년 1월 권한쟁의 심판이 제기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국회에 대해서는 올 19대 국회가 종료하기 전에 스스로 잘못된 법안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잘못된 입법형성권에 대해 헌법의 가치로 조속히 엄정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서울변호사회는 성명 또는 의견 표명을 통해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변호사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을 문제 삼고, 주요 로스쿨의 입학사정시 '나이' 항목 삭제 요구, 홍준표, 이완구 사건의 재판부 재배당 요구 등 주요 이슈마다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며 대안을 제시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서울변호사회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대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변호사회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울변호사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변호사단체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변호사회의 활동이 상당부분 여론의 공감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김한규 회장 등 집행부가 고무되어 있다.

국회선진화법만 해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최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19대 국회 종료 전 결론을 내려고 한다는 취지로 발언, 서울변호사회의 성명이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 불개입' 한계 설정

김한규 회장은 "명분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국민입장에서 납득이 안 가면 안 된다"며 "성명을 내거나 의견 등을 발표할 때 과연 명분이 있는 건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다만 법정 변호사단체인 서울변호사회는 시민단체나 정치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점에서도 고려를 많이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솔직한 설명. 그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한계설정을 해 놓고 움직인다"고 설명하고, "정치적인 시각이 개입 되거나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조심스러운 자세로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변호사단체로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행동에 나서지만 어디까지나 변호사단체로서의 입장을 견지하려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절제의 노력도 서울변호사회가 변호사, 일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장
또 하나 주목할 것은 10여명의 상임이사 전원이 찬성해야 행동에 옮기는 서울변호사회 집행부의 만장일치제도. 김 회장은 "집행부 이사들이 멤버로 참여하는 네이버 밴드를 가동하고 있다"며 "평일이든 주말이든 수시로 밴드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종의 '집단지성'으로 서울변호사회를 운영하는 셈인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시도는 성공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은 상임이사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입장 표명을 보류한 사안도 없지 않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수행한 일 중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준표, 이완구 사건에서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한 것을 들고 싶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판준비기일에 앞서 해당 형사재판의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인을 추가 선임한 것을 확인, 서울중앙지법에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재배당을 요구한 지 1주일 만에 이완구 전 총리 사건은 재판부가 재배당되고, 홍 지사는 재판장과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의 선임을 철회했는데, 결과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사법신뢰를 얻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재판부 재배당 관철

-회원 변호사들을 위한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회원의 복지, 권익 등을 위한 일종의 내부활동은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변호사들, 회원들의 이익에 관련된 일도 많이 한다.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할 때마다 서울변호사회에 내야 하는 경유회비 인하, 올해 개소한 도산법연수원, 지난해 문을 연 회계연수원 등 회원 변호사들에 대한 교육 강화, 강북에 사무실이 있는 변호사들을 위한 연수 · 교육 공간으로 마련한 조영래홀 개관 등 변호사들의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모두 나름의 의미와 배경이 있는 사업들로, 지난해 11월 개설한 변호사근로분쟁조정센터는 이미 상당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근로분쟁조정센터를 개설한 것을 보면 변호사들도 노동법 분쟁이 많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법조경력이 일천한 청년변호사들의 열악한 지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금체불이나 법률사무소를 그만두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경우 조정을 신청하라며 1주일에 한 번씩 전체 회원변호사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는데, 호응이 높다. 고용변호사들 사이에 근로분쟁조정센터를 이용할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사용자 변호사들 역시 반복적인 홍보에 경각심을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 임금 및 퇴직금 해결에서 나아가 육아휴직 보장, 법무법인의 구성원 등기 강요 금지 등 대상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다."

프로보노지원센터 4월 오픈

김한규 회장은 이어 오는 4월 문을 열 예정인 서울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할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변호사회의 프로보노 발전과 회원들의 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독립된 조직을 발족하는 것으로 여기서도 그가 변호사, 변호사단체의 공공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프로보노지원센터에선 공익소송은 물론 소송 이외의 입법노력이나 정책 대안 제시 등 다른 어느 공익법 단체보다도 폭넓게 공익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게 김한규 회장의 생각. 염형국 공감 변호사가 센터장으로 위촉되어 4월 개설을 준비 중에 있다.

"변호사단체는 일반 자영업자 단체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회원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인권옹호,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사명을 존중하는 역할을 변호사단체가 해야 합니다. 변호사단체가 욕을 먹으면, 인터넷에 변호사를 험담하는 댓글들이 달리게 됩니다. 변호사단체가 잘 해서 국민들한테 박수를 받아야지요, 그래야 변호사들 위상이 올라갑니다. 그게 변호사들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자영업자 단체와 달라"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 늘 고민한다는 김한규 회장은 실제로 박수를 많이 받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좋은 말이 많이 들리고, 일반 시민들도 서울변호사회 활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한규 회장에게선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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