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 헌재재판관 출신 변호사 개업 논란
대법관 · 헌재재판관 출신 변호사 개업 논란
  • 기사출고 2004.08.22 1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년 이후 퇴임 47명 중 46명이 개업" 참여연대 분석 발표"평생 법관으로 살아왔는데…개업 봉쇄 지나쳐" 반론 비등
조무제 전 대법관이 퇴임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모교인 동아대 법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대법관 등 고위직 법관 출신의 퇴임후 활동에 관해 분석하고, "법원장 이상 고위 법관을 지냈을 경우 변호사 직종보다는 공익활동이나 법학 발전을 위한 다른 사회적 활동에 종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급여를 받아가며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 온 법조인에게 변호사 개업할 자유조차 봉쇄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이자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8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990년 이후 퇴직한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47명의 퇴직후 경력을 조사한 결과, 조 전 대법관을 제외한 46명 전원이 직접 변호사 (또는 공증인) 사무실을 내거나 로펌 등에 영입되어 변호사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대법관 뿐만 아니라 지방법원장 이상의 경력을 가진 고위 법조인들의 다수도 퇴임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에 영입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개업한 지법원장 이상 퇴직 고위직 법관이 19명에 이른다"고 참여연대는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특히 "대법관은 물론이거니와 법원장 등의 경력을 지닌 퇴직 고위법관들의 경우 대부분이 자신이 마지막에 근무했던 곳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이는 전관예우를 의식한 활동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변호사 개업한 지방법원장 이상 퇴직 고위법관(대법관 제외) 19명중 15명이 최종 근무지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1990년 이후 퇴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 대법관 27명중 26명이 서울에서 변호사활동을 시작했다.

또 1999년 이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로펌행이 두드러져 퇴직한 14명의 대법관중 9명이 대형 로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연 경우는 5명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변호사가 된 지방법원장 이상의 전직 고위법관(대법관 제외)도 19명중 11명이 로펌을 선택, 최근들어 로펌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최고법관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물론 법원장 등을 지낸 고위법관 출신들이 퇴직 이후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을 상대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전관예우의 가능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직업윤리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며, "법원장 이상의 고위법관을 지냈을 경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 직종보다는 사회적 위상에 걸맞는 공익활동이나 후배 법조인 양성 및 법학 발전을 위한 사회적 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와함께 "최근 국회에서 퇴직 판,검사들의 퇴직당시 근무지에서 2년 내에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법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하고, "이런 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퇴직하는 고위 법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 예를 들어 대법관 등 고위법관의 퇴임이후 예우와 관련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러 해 전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개업한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변호사는 "대법관은 평생 판사를 한 사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는데, 재직중 급여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지도 않았으면서 대법관 출신이기 때문에 변호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개업지 제한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 아니냐"고 반박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대방 변호사로 나오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법원에서 고위직에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 도매금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라든가, 개업지를 제한하는 발상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원 · 최기철 기자(jwkim@legaltim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