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헤어진 여자친구가 사는 도어락 없는 빌라 공동현관에 들어갔어도 주거침입"
[형사] "헤어진 여자친구가 사는 도어락 없는 빌라 공동현관에 들어갔어도 주거침입"
  • 기사출고 2024.03.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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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상 평온상태 해치는 행위태양"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경비원도 없는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이라고 하더라도 무단출입 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40)는 2021년 6월 12일 오후 10시쯤 헤어진 여자친구인 B(37)가 사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빌라를 찾아가 집 안에 있는 B가 나누는 대화 등을 녹음하기 위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간 혐의(주거침입)로 기소됐다. A는 약 한 달 후인 7월 20일 오후 9시쯤에도 B의 집 현관문에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았으며, 이틀 뒤인 7월 22일에는 현관문에 B의 사진을 올려놓았으며, 이들 혐의(주거침입)도 함께 기소되었다.

B가 사는 빌라에는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공동현관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도어락 등 별도의 시정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A는 세 차례 모두 빌라의 공동현관과 계단을 지나 B의 집 현관문 앞까지 접근했으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는 않았다. 이 빌라는 B를 포함 약 10세대의 입주민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다세대주택이다.

1심 재판부는 모두 유죄를 인정해 A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행위가 빌라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 '침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그러나 2월 15일 항소심 판결을 깨고, 다시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5164).

대법원은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 연립주택 ·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의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 · 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 · 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 · 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나,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들어간 빌라 건물(이 사건 건물)의 공동현관, 공용 계단, 세대별 현관문 앞부분은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일상적인 주거 생활을 영위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공간이고, 이 공간은 그 형태와 용도 · 성질에 비추어 볼 때 거주자들의 확장된 주거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상가나 공공기관 등과 비교할 때 사생활 및 주거 평온 보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므로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빌라 건물의 1층에는 거주자들을 위한 주차장 및 공동현관이 있는데, 각 세대에 가려는 사람은 외부에서 주차장을 거쳐 공동현관에 이른 뒤 공동현관에서 위층으로 연결된 내부 계단을 통해 각 세대의 현관문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1층 주차장의 천장에는 CCTV가 2대 이상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기둥 벽면에 'CCTV 작동 중',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이 이 빌라에 출입할 당시 CCTV가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야간인 21시 내지 22시경 이 사건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고, 피고인은 이러한 행동을 전후하여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이나 성희롱적 언사가 포함된 메시지를 두 차례 보내기도 하였다"며 "이러한 이 사건 건물 공용 부분의 성격, 외부인의 무단출입에 대한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와 출입 시간, 이 사건 행위를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의 의사와 행동, 주거 공간의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건물에 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