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접근금지 명령 어겼으면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갔어도 건조물침입 유죄"
[형사] "접근금지 명령 어겼으면 통상적 방법으로 들어갔어도 건조물침입 유죄"
  • 기사출고 2024.03.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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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실상 평온상태 침해"

법원의 접근금지결정을 어기고 상대방을 찾아갔다면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어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여)는 법원에서 이혼한 배우자의 동생이자 변호사인 B(남 · 60)씨에게 100미터 이내로 접근하거나 면담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B의 평온한 생활과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가처분결정과 이와 같은 행위를 할 때마다 1회에 10만원을 B에게 지급하라는 취지의 간접강제 결정을 받았으나, 2021년 9월 7일 오후 4시 5분쯤 B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침입한 혐의(건조물침입)로 기소됐다. 당시 A는 이 사무실에 들어가 법무법인의 안내직원에게 B를 만나겠다고 한 후 안내를 받아 상담실에서 대기했다. 대표변호사실에 있던 B는 또 다른 직원인 C로부터 A씨가 찾아 왔다는 보고를 받고 A를 돌려보내라고 지시했고, A는 C와의 실랑이 끝에 자발적으로 사무실에서 나갔다.

A는 약 두 달 뒤인 11월 1일 오후 3시 30분쯤 다시 B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안내직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B가 근무하는 대표변호사실까지 들어가 B에게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사무실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듣자 화가 나 주먹으로 B의 얼굴 부위를 수차례 때리고, 입으로 B의 이마 부위를 깨무는 등 B에게 전치 약 21일의 타박상 등을 입혔다.

검사는 2021년 9월 7일자와 11월 1일자의 두 차례 건조물침입 혐의와 상해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A가 출입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으므로, 이를 건조물침입죄가 규정하는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021년 9월 7일자의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11월 1일자의 건조물침입 혐의와 상해 혐의만 유죄로 보아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월 8일 항소심 판단을 뒤집어 2021년 9월 7일자의 건조물침입 혐의도 유죄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6595).

대법원은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된 경우로서 침입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 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간접강제 결정에 반하여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로서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