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회원이 낸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 적용 안 받아"
[형사] "회원이 낸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 적용 안 받아"
  • 기사출고 2024.02.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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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기부금품의 15% 이상 모집목적 외 사용 무방"

비영리법인이 후원회원 등의 자격을 얻은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의 규율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부금품법상 모집목적 외 용도 사용 금지, 최대 15%의 충당비율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형한 부장판사)는 1월 31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단법인 A연맹 대표 B씨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A연맹에 대한 환송 후 원심(2023노466)에서 이같이 판시,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재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B씨는, 소외 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 독거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무료급식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3년 4월 법인설립허가를 받고 같은해 7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A연맹의 대표이사 또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2013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약 5년간 모집된 기부금품의 15%를 초과해 모집비용으로 사용하고, 같은 기간 644차례에 걸쳐 기부금품 중 1억 8,100여만원을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A연맹이 기업 등 후원자로부터 모집한 기부금액과 매월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납부받은 '회비' 또는 '후원금' 금액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인 기부금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B씨를 기소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12조는 "모집된 기부금품은 13조에 따라 모집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모집목적 외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같은법 13조에서 "모집자는 모집된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의 일부를 기부금품의 모집,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모집금품 중 일부를 모집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되 그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또 위 각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16조 5 · 6호). 

재판부는 "피고인 법인에게 '정기회원신청서' 또는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매월 정기적인 금액을 납부한 사람들은 피고인 법인의 정관에서 정한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 등 회원 자격을 얻게 되고, 피고인 법인이 이러한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은 기부금품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법인이 정관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 또는 같은 호 다목의 '법인이 소속원이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그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에 해당한다"며 "그렇다면 피고인 법인이 소속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금원은 기부금품법의 규율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는 피고인들이 모집된 기부금품을 모집비용 충당비율을 초과하여 모집비용에 충당하였다거나 모집목적 외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법인의 설립 목적,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 또는 후원금의 관리 및 사용현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회비 등의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 또한 담보될 수 있는 경우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법인의 지출은 대부분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 후원금을 재원으로 하여 이루어졌고, 피고인 법인의 인건비 및 홍보비는 법인의 목적 수행에 수반되는 비용"이라고 판단하고, "한편 피고인 법인이 금품을 모집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지출한 금액은 같은 기간의 모집금액의 0.337% 정도에 해당하고, 이자 등으로 인한 수입 금액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법인의 지출이 대부분 회원들이 낸 회비나 후원금으로 이루어져 15%의 충당 비율 제한을 받지 않으며, 모집목적 외 지출 금액이 이자 등 수입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여 기부금품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상고심부터 B씨와 A연맹을 무료변론했다. 동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확정으로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기부금품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기부금에 대한 세법과 기부금품법의 중복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2024년 7월 31일 시행 예정인 기부금품법은 적용 제외 대상으로 법인, 친목단체 등의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사원 · 당원 또는 회원 등으로 가입되어 있는 자로부터 모은' 금품을 명시하도록 개정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