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내중재산업 현황과 발전방안
[특별기고] 국내중재산업 현황과 발전방안
  • 기사출고 2024.02.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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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합의 확대 최선의 노력 경주 필요"

1. 현황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중재제도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법률서비스 산업으로 인정하고 자국을 국제중재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재제도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재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중재산업진흥법')을 제정하여 2017. 6. 28.부터 시행 중이다. 중재산업진흥법 제3조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중재산업의 진흥을 위해 5년마다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하고, 이에 따라 법무부는 2018년 말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2019∼2023)(이하 '제1차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9. 1. 1.부터 시행하고 있다.

◇안건형 교수
◇안건형 교수

제1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①중재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중재제도 선진화를 통한 중재산업 기반 강화, ②중재제도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 및 중재제도의 쉽고 편리한 이용을 통한 국내중재 활성화, ③중재심리 시설 개선, 중재기관의 사건해결 역량 강화 및 신규 중재분야 발굴을 통한 중재산업 경쟁력 확보, ④국제중재사건 유치 전략 수립 및 국제중재사건 유치 지원을 통한 동북아시아 중재 중심국가 도약을 가장 핵심적인 4대 추진전략으로 선정하였다.

2. 평가

제1차 기본계획 기간이 2023년 말로 완료되었다. 지난 5년간의 추진실적에 대한 평가는 국내중재 부문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실적이 말해준다. 국내중재사건의 경우, 2019년 373건, 2020년 336건, 2021년 450건(’21년 접수사건에는 108건의 집단중재사건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한 건으로 간주하면 343건이다), 2022년 305건, 그리고 2023년 334건의 신규 중재사건이 접수되었다.

◇대한상사중재원 국내중재사건 현황(단위: 건)
◇대한상사중재원 국내중재사건 현황(단위: 건)

2019년 말에 발생하여 2022년까지 지속되었던 코로나 사태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국내중재 부문은 2023년 접수된 중재사건 수와 분쟁금액 측면 모두 전년 대비하여 증가하였다. 특히 분쟁금액이 1조 5,272억원을 기록하여 2022년 4,562억원 대비 234.8% 대폭 상승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3 국내중재 금액 234.8% 상승

이러한 결과는 대한상사중재원의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정부, 지자체,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홍보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대한상사중재원은 2017. 12. 1.에 개정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8조의2(분쟁해결방법의 합의)에 계약 체결 시 분쟁해결 방법을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또는 중재법에 따른 중재"로 미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되는 성과를 이루어낸 바 있다. 이러한 국가계약법의 개정에 따른 영향과 대한상사중재원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공기관, 공기업, 그리고 각종 산업 협회 및 단체 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많은 기관들과 MOU를 체결하였다.

국가철도공단의 경우 2018년 대한상사중재원과 중재제도 발전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 기관은 이후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국가철도공단은 사무처리규정 제4조의2(중재) 규정을 신설해 사건의 성격이 동 규정상의 6가지 기준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소관부서는 소송이 아닌 중재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 중재의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2024년 초에는 국가철도공단의 CEO가 전 직원들에게 중재 활용을 당부하는 공문이 회람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대한상사중재원의 노력의 결과로 MOU 체결 이후 2023. 10. 31.까지 총 41건의 중재사건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충북개발공사도 지역제한 대상 공사 가운데 분쟁금액 10억원 미만 계약의 분쟁 해결은 중재를 원칙으로 하는 내규를 개정 중에 있다고 한다.

"분쟁해결은 조정 · 중재 중 하나로"

한편 국토교통부는 고시 제2023-493호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일부를 2023. 8. 31.에 개정했는데, 분쟁 발생 이전인 도급계약 체결 시점에 조정 또는 중재 중 하나를 분쟁해결 방식으로 계약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정하도록 했다. 원만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 취지이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조만간 배포할 예정이다. 이 표준계약서에는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 시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와 같이 국가철도공단, 충북개발공사, 국토교통부 사례와 같은 매우 중요한 실적들을 창출한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3. 발전방안

제2차 기본계획(2024-2028)이 2023년 말에 발표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직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조속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 1차 기본계획의 5년이라는 기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갔는지 경험했다. 제2차 기본계획 기간에 대한상사중재원은 국내중재 부문과 국제중재 부문의 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2차 기본계획 수립 시 국내중재 부문의 경우에는 2가지 분야에 집중할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ODR(Online Dispute Resolution) 시스템의 구축이다. 법원의 경우 1999년 전자소송시스템을 구축했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665억원을 투입해 고도화 작업까지 완성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1심 접수 민사본안사건 중 전자소송 비율이 97%로 2019년 82%보다 15%가 상승하였다. 전통적인 소송의 대체적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의 대표적인 방법인 중재가 소송보다 앞서 선도하기는커녕 한참 뒤쳐진 현실은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집중해야 할 분야는 선택적 중재조항 문제 해결을 통한 중재사건 유치 확대 노력이다. 법원이 선택적 중재조항에 대한 태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되, 병행적으로 2018년 개정 국가계약법 분쟁해결조항의 취지에 맞게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충북개발공사 사례와 같이 정부, 지자체, 공기업, 공공기관들이 중재합의 체결 여건을 조성, 확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도 함께 경주하여야 한다. 대한상사중재원과 법무부가 공동으로 "중재는 ESG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대적인 캠페인 활동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기업 및 공공기관 경영평가 '윤리경영' 부문에 인권경영 지수와 점수를 포함시켜 인권경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해상운송, 엔터 분야 중재 활성화 성공

나아가 해상운송 및 연예엔터테인먼트 분야 중재 활성화 성공사례 벤치마킹을 통한 신규 분야의 발굴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무부는 대한상사중재원과 미국 뉴욕주의 자동차보험 분쟁 관련 「무과실보험법」과 같이 각종 법률에 중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 및 개정 확산 노력을 추진할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제2차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의 올바른 방향 설정과 향후 5년간의 이행 노력 및 실적은 우리나라 중재제도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고사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안건형 교수(경기대 무역학과)

*이 글은 1월 11일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개최된, '국내외 중재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3개 중재단체(한국중재학회, 대한중재인협회, 대한상사중재원) 연합 세미나'에서 안건형 교수가 발표한 "제2차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제언" 중 국내중재 부문과 관련된 내용을 요약 ‧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