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군대 상명하복 이유 입영 거부…양심적 병역거부 아니야"
[형사] "군대 상명하복 이유 입영 거부…양심적 병역거부 아니야"
  • 기사출고 2024.02.0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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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징역 1년 6월 실형 확정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월 11일 이같은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6908). 양심적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는 2018년 10월 23일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충북지방병무청에서 '2018. 11. 20.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2사단 입영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직접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11월 23일까지 위 입영부대에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는 재판에서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서, 입영거부에는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병역법 위반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 윤리적 · 도덕적 · 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후, "피고인은 입영거부 이전까지 대학 입시, 대학 진학 예정, 대학 재학, 자격시험 응시, 국가고시 또는 공공기관채용시험 응시를 이유로 입영을 연기하여 왔을 뿐, 국가기관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뜻을 피력한 적이 없어 피고인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A는 경찰 1회 조사에서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입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정확히 어떤 신념을 말하는 것이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근본적으로 군인 신분이 되기 싫다. 군인이 되면 군법의 적용을 받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군법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도소에 수용 중인 재소자보다 군인의 권리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자유를 중요시하는 성격이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진술했고, 경찰 2회 조사에서는 "피고인은 '군인'이기를 거부한다고 하는데, '군인'의 살상과 관련된 폭력적인 부분과 상명하복에 의한 복종 때문이라는 것이 맞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것들도 포함한다. 그 외에 군법은 인권적이지 않고, 군생활을 따져봤을 때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군대 생활에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신적인 이유로 현역부적합 판정이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을 입영거부의 주요한 사유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바,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에 대한 반대가 폭력 및 전쟁에 대한 반대, 집총 내지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에 대한 반대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거나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군대 내 인권침해 및 부조리 등은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무하는 부대 및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와 같은 사유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이 제시하는 소명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폭력 및 전쟁에 반대하는 윤리적 · 도덕적· 철학적 양심으로서 이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거나, 병역의무의 이행이 피고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확인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A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거부한 이유로 드는 신념이 도덕적 · 윤리적 양심으로서 이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거나, 병역의무의 이행이 피고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피고인의 입영거부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