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제청, 첫 대법관 후보자는 엄상필, 신숙희 판사
조희대 대법원장 제청, 첫 대법관 후보자는 엄상필, 신숙희 판사
  • 기사출고 2024.02.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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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재판진행, 소송 당사자 두터운 신뢰 공통"

조희대 대법원장의 첫 대법관 임명제청은 엄상필(55 · 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신숙희(54 · 25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법판사)이 주인공이다. 

조 대법원장은 2월 2일 안철상, 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엄상필 고법부장과 신숙희 양형위 상임위원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윤 대통령이 제청을 수용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 등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로 시작되며, 두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왼쪽부터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엄상필, 신숙희 판사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엄상필(좌), 신숙희 판사

엄 후보자는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약 26년 동안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민사, 형사, 가사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한 정통 법관으로, 치밀한 법적 논증과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전에 기록을 철저히 검토하고 쟁점을 충실이 파악하여 법정을 주도하면서도 부드럽고 정중한 법정언행으로 소송진행이 원만하며, 간결하면서도 표현이 정확한 판결문으로 당사자와 소송관계인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엄 후보자는 진주동명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신 후보자는 1996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약 27년간 전국의 여러 법원에서 민사, 형사, 행정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한 정통 여성 법관으로, 한국젠더법학회 부회장,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2023년 여성 최초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되어 형사재판에서 불합리한 양형편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고 변론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 매끄럽게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쉽고 간결한 표현으로 풍부한 판단근거를 제시하는, 당사자가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판결로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서울 출신으로, 창문여고,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재판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여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은 물론이고, 사법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의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통찰력과 포용력,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훌륭한 인품 등을 두루 겸비하였다고 판단한 엄상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각 임명제청하였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대법원이 소개한 두 후보자의 주요 판결이다.

◇엄상필 후보자=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북한이 대남선동 목적으로 발표한 담화를 전파해 선동활동을 한 혐의, 통일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북한 체제를 미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사건에서, 토크콘서트 주최 등 일부 혐의에 대하여 우리 사회 내부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토론 절차를 통하여 충분히 검증 · 반박 · 비판될 수 있는 것들로서 '대한민국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보안법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고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을 선언한 판결로, 엄 후보자는 위 사건에서 전기통신업체에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모사전송하는 방식으로 영장을 집행하여 취득한 이메일 자료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압수수색영장 집행방식의 적법성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회장이 가짜 계정을 만들고 거액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1천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 ‧ 수색 등의 절차를 집행할 때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의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러한 절차를 통하여 확보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시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모 대학 교수 사건에서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는 제1심과 달리 일부 무죄로 판단,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제1심을 뒤집고 유죄로 인정,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행위는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훼손하고 시장경제질서를 해치며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는 등의 중대한 범죄임을 강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여 엄정한 양형을 하였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고(故) 김대중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한 혐의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환송 전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직권남용 혐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한 다음, 보다 가중된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들의 범죄가 반헌법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배반하는 심각한 행위임을 일깨웠다.

◇신숙희 후보자=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연구개발비만 3,700억원이 투입된 LG필립스 LCD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관련 핵심기술을 대만에 유출하려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국내 연구원들에 대해 기술심리관이 동석한 비공개 기술설명회, 파주 LG필립스 공장에 대한 현장검증 등 면밀한 심리를 통해 당해 기술자료가 영업비밀임을 밝히고 피고인들 모두에 대해 엄정한 형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6‧25 전쟁 직후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인 이른바 '제주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위법행위를 한 국가가 그 위법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임무가 있는 국가에게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어방식이라고 판단하며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서울고등법원 고등법원 판사 재직 시 주류 총판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의 채무를 보증한 아내에게 주류회사가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한 사건에서, 아내가 남편의 채무를 보증하였더라도 대리점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대리점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다른 보증인과 마찬가지로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채권자인 주류회사의 아내에 대한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독립된 경제적 활동을 하는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2008년 제정된 보증인보호법을 최초로 배우자에게 적용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 피해자의 가족이 경찰의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경찰관들이 실종신고 접수 후 초동조치를 신속히 취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의 생존시간을 포함한 상당한 시간 동안 목격자 확인, 탐문 수색 등 초동조치에 착수하지 아니한 위법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가의 책임비율을 1심보다 확대하여 손해배상액을 증액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수원고등법원 고등법원 판사 재직 시 가상자산 투자로 고율의 수익과 회원유치 소개비를 준다고 투자자 약 5만명을 기망해 약 2조 2,500억원을 편취한 '브이글로벌 사기' 사건의 항소심에서 충실한 양형심리를 거친 다음 브이글로벌 대표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하면서 가상화폐를 통해 피해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으로 궁박한 피해자들을 회유하여 받은 처벌불원서는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 등을 면밀히 심리하여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양형을 위해 노력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