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510건 발생, 33건 기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510건 발생, 33건 기소
  • 기사출고 2024.02.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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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무죄 예상 불구 실형 포함 13건 유죄 선고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기 시작한 1월 27일자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꼭 2년이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3년 12월 31일까지 총 51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으며, 이중 13건에 대해선 법원에서 판결까지 나왔다. 나머지 사건들은 검찰과 노동청의 수사단계에 있다. 구체적으로 170여건에 대해 검찰송치가 이루어졌으며, 50여건은 내사종결, 290여건은 노동청 수사 진행 중에 있다. 검찰에선 또 지난해 말까지 33건을 기소하고, 급성중독, 끼임, 추락, 폭발사고 등 4건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태평양이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간의 검찰 처분과 법원 판결을 분석한 리걸 업데이트(Legal Update)를 마련해 고객들과 공유했다.

◇박성범(좌) · 유태산 변호사
◇박성범(좌) · 유태산 변호사

태평양은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개념의 불명확성,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 인정의 어려움 등 법리적인 이유로 인하여 법원 단계에서 상당수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현재까지 법원은 13건(실형 1건, 집행유예 12건)의 사건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였다"며 "이는 법리적으로 치밀한 해석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해석이라고 판단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현재까지 중대산업재해 사건에서는 유해 ·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절차(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 3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기준 마련(시행령 4조 5호) 의무 위반 여부가 가장 많이 문제되었으며, 특히 시행령 4조 3호 위반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미이행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높으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 · 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 · 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실질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법원의 판결 중 유해 · 위험요인 확인 절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포함'되고, '사업장에서 실제 유해 · 위험 작업을 하는 종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도 포함'해야 한다고 본 판결이 있으므로, 위험성 평가 등 유해 ·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시에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 사건 현황(2023. 12. 31. 기준)
◇중대재해 사건 현황(2023. 12. 31. 기준)

많은 전문가들이 중대재해와의 인과관계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안전보건 목표 및 경영방침 수립 의무(시행령 4조 1호) 위반도 총 4건의 사건에서 유죄로 인정되는 근거가 되었다. 태평양 중대재해예방 · 대응 TFT의 박성범 변호사는 "회사 내 수립된 안전보건 목표와 방침이 사업 및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아니한 채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적인 양식을 별다른 수정 없이 활용하는 데 그치거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명목상의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또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의 안전보건 조치가 이행되지 아니하였고(2차적 인과관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안전보건 조치 위반으로 인해 작업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직접적 인과관계)는 구조의 '다단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논리로 구성하여 판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사고 발생 시 법리적으로 인과관계 여부를 다툴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 4건에서도 의미있는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태평양 리걸 업데이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1) 급성중독 사안

근로자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급성중독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노동청은 대표이사(경영책임자)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하였으나, 검찰은 '안전보건에 관한 종사자 의견 청취,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절차를 마련하고 재해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는 등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불기소결정했다.

태평양에 따르면,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사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반기 1회 점검 의무 등 법령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이유로 수사기관 단계에서 경영책임자 면책이 이루어진 최초의 사안으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법령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만 충실히 이행한다면 경영책임자 및 법인의 면책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 같은 시기에 동일한 독성물질로 인하여 급성중독이 발생한 A사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결국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을 충실히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에어컨 실외기 점검중 추락사

에어컨 수리업무를 위하여 실외기 점검을 하던 중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노동청은 전자제품 서비스회사의 대표이사 및 법인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으나, 검찰은 모든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태평양 중대재해예방 · 대응 TFT의 유태산 변호사는 "대검찰청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법리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사이에 다단계 인과관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당시 선고된 판결 및 수사기관 처분례에서는 이러한 2차적 인과관계의 입증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안은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본 사건에서 검찰은 회사의 안전조치의무 이행 현황을 상세히 검토한 후 회사 차원의 산업안전보건법령상 의무 위반이 없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매개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확보의무위반과 사망 사이에는 자연히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명시적으로 '2차적 인과관계'의 입증 필요성을 설시하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본건 불기소결정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면 비록 작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3) 폭발사고

공장 내 폭발사고로 근로자들이 사망하고 부상를 입은 사안에서, 검찰은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CSO(최고안전책임자)에게 전부 위임하고 실질적 ·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결정을 하였다. 나아가 검찰은 CSO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도 '유해 ·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며 불기소결정했다.

박성범 변호사는 "본 사건은 수사기관이 CS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한 최초의 사안으로, CSO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기업으로서는 CSO를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설정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경영책임자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므로, 결과를 지켜보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4) 끼임 사망사건

트럭 품질관리 검사를 하던 중 끼임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노동청은 대표이사 3명 중 CSO로 선임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서 입건하였고, '재해자의 이례적 작업 방식에 기인한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불기소결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