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보세창고업자가 수입 화물 무단 반출했어도 신용장 개설은행엔 배상책임 없어"
[해상] "보세창고업자가 수입 화물 무단 반출했어도 신용장 개설은행엔 배상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4.01.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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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하증권 취득 못했고, 직접적 계약관계 없어"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 등을 받지 않은 채 수입사에 화물을 무단으로 반출했어도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세창고업자가 화물 인도에 대해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한 것인데 화물 반출 당시 해당 은행이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보세창고업자와 신용장 개설은행 사이엔 보관 · 인도에 관하여 어떠한 계약관계도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월 14일 중소기업은행이 "화물 무단 반출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보세창고업자인 A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08649)에서 이같이 판시, A사가 중소기업은행에 손해배상책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중소기업은행은 2016년 3월 7일 B사와 일람불수입신용장 발행을 위한 여신거래약정과 외국환거래약정을 체결하고, B사가 수입하는 물품과 관련 서류를 중소기업은행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했다. 중소기업은행은 2017년 5월 16일 B사에게 취소불능화환신용장인 수입신용장을 개설해 주었고, B사는 그 무렵 이 수입신용장을 이용해 중국 수출회사로부터 냉동 참조기 15,260CTNS를 수입했다. 이후 중국 운송회사가 5월 19일 중국의 닝보(Ningbo)항에서 이 수산물을 선적, 수산물이 5월 24일 보세창고업자인 A사의 부산항 보세창고에 입고되었다. A사는 이 수산물이 보세창고에 입고될 무렵 중국 운송회사의 국내 운송취급인으로부터 송하인 '중국 수출회사', 수하인 '중소기업은행이 지시하는 자', 발행일 및 선적일 각 '2017. 5. 19.', 목적물 '냉동 참조기' 등으로 기재된 선하증권 사본을 팩스로 송부받았으나, 5월 26일 B사의 요청을 받고 화물인도지시서 등을 수령하지 않은 채 B사에게 해당 수산물을 반출했다. 선하증권 사본만 받은 상태에서 화물인도지시서 등 없이 수산물을 반출한 것이다.

중소기업은행은 이후 7월 11일 BANK OF CHINA로부터 송하인은 '중국 수출회사', 수하인은 '중소기업은행이 지시하는 자', 발행일 및 선적일 각 '2017. 6. 18.', 목적물 표시 '냉동 참조기' 등으로 기재된 선하증권을 취득, BANK OF CHINA에 수입신용장 대금 1억 6,800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행이 취득한 이 선하증권은, B사에 개설해 준 수입신용장에 따라 B사가 수입한 냉동 참조기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은행은 "수입신용장 대금 1억 6,800여만원을 지급하였으나, 수입신용장에 의해 수입된 수산물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어 위 대금을 회수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먼저 "해상운송화물이 통관을 위하여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에는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해상운송화물에 관하여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고,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해상화물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인 보세창고업자도 해상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39820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아가 보세창고업자는 화물 인도 과정에서 운송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가 화물을 인도할 수 있는 근거서류로 적법하게 발행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이와 같이 보세창고업자가 화물 인도에 관하여 부담하는 주의의무는 선하증권 소지인의 권리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고 손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한 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해서까지 이러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중국 운송회사와 묵시적 임치계약관계에 있으므로 중국 운송회사의 이행보조자로서 이 사건 수산물(냉동 참조기 15,260CTNS)을 표창하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수산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수산물을 반출함에 있어서는 중국 운송회사가 발행한 화물 인도지시서가 화물을 반출할 수 있는 근거서류로 적법하게 발행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수산물이 반출될 당시 수산물을 표창하는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B사와의 약정에 따라 향후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채권적 지위에 있었을 뿐이고, 피고는 중국 운송회사와 임치계약관계에 있으나, 원고와는 이 사건 수산물의 보관 · 인도에 관하여 어떠한 계약관계에 있다고 볼 자료가 없어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피고가 원고를 위하여 보호하거나 침해를 방지해야 할 법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의 권리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고 손해를 방지할 주의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설령 피고에게 중국 운송회사 또는 중국 운송회사의 국내 운송취급인이 발행한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출받지 않은 채 B사에게 이 사건 수산물을 반출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입은 손해는 원고가 이 사건 수산물을 표창하는 선하증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음에도 BANK OF CHINA에 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데 기인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과실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해원이 A사를 대리했다. 중소기업은행은 법무법인 한별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