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부 상대 부동산 사기는 포괄일죄"
[형사] "부부 상대 부동산 사기는 포괄일죄"
  • 기사출고 2024.01.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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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부 합쳐 5억 7,500만원 편취…특경가법상 사기 적용"

부부를 상대로 부동산 사기를 벌여 부부에게 모두 5억 7,500만원을 편취했다. 대법원은 남편과 아내에게 따로 돈을 편취했더라도 하나의 범죄로 보아 사기 범죄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는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경기 양평군에서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A는, 2010년 11월 15일 부부인 B, C에게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임야 19,438㎡ 중 일부를 매수하여 분필한 후, 분양해서 원금과 평당 10만원씩 수익금을 지급하겠다. 분양이 안 될 경우에는 그 부동산 명의를 이전하여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B, C로부터 모두 5억 7,500만원을 송금받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C는 4억 7,500만원, B는 1억원을 각각 자신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A에게 송금했으나, C의 송금은 B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A는 이밖에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 2명으로부터 각각 3억 5,500만원과 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재판에선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이 부부인 경우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의 B, C에 대한 범행을 하나의 범죄로 볼 경우 피해금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 특경가법은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2월 21일 A의 상고를 기각, A의 B, C에 대한 범행을 포괄일죄로 보아 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다른 사기 혐의 등과 함께 A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3도13514).

대법원은 먼저 "다수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각 기망행위를 하여 각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동일하더라도 각 피해자의 피해법익은 독립한 것이므로 이를 포괄일죄로 파악할 수 없고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3도382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다만, 피해자들의 피해법익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한 사기죄를 포괄하여 일죄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도16980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각 피해자(B, C) 명의의 예금계좌에 예치된 금전에 관한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피해자에게 별도로 귀속되므로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의 면에서는 각 피해자가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별도의 재산상 법익을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포괄일죄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피해법익의 동일성은 민사상 권리 귀속관계 외에 해당 사건에 나타난 다른 사정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며 "이 사건에 나타난 기망행위의 공통성, 기망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교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공통성, 재산의 형성 · 유지 과정, 재산 교부의 목적 및 방법, 기망행위 이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의 피해법익은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사기죄는 포괄일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는 공통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공동재산의 매도대금을 재원으로 삼아 공통으로 투자 결정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또한 각 피해자의 송금 내역 및 송금 합계액,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피해자들이 부부로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들의 투자금 전체에 관하여 편의상 B에게 사후적으로 담보를 설정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는 B, C로부터 돈을 받은 이후에 여러 토지에 관하여 B에게 담보 목적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과 채권최고액을 6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계약서를 피해자별로 작성하였거나 피해자들이 각각 자기 명의 계좌에서 별도로 송금하였다는 점은 피해법익의 동일성과 양립할 수 있는 사정으로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일죄라는 결론과 모순되거나 상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해자 B, C에 대한 사기죄가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특경가법상 사기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