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배드파더스' 운영 관여자, 명예훼손 유죄
[형사] '배드파더스' 운영 관여자, 명예훼손 유죄
  • 기사출고 2024.01.0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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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적 제재에 가까워 …비방 목적 인정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월 4일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사진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이 5명의 신상정보가 게시되게 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699)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유죄판결의 일종이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는 등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7월 설립된 사이트로, A씨는 제보를 받기 위해 이 사이트에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을 게시하고,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해당 정보가 이 사이트에 게시되도록 하며, 신상정보가 게시된 사람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이러한 불만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법원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알린 것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사이트의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고 그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려는 취지로서,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이트 게시 글과 관련하여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이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더라도, 익명처리가 된 자료 제공 또는 통계수치의 제시 등으로도 위와 같은 목적 달성이 가능하므로 얼굴 사진, 구체적인 직장명, 전화번호의 공개가 위와 같은 공익적인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얼굴 사진 등을 공개하여 양육비를 즉시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급박한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또 "이 사이트를 통하여 신상정보가 공개된 데에는 피해자들이 양육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은 측면도 일부 있을 수 있으나, 피해자들은 직업, 사회적 지위 · 활동 · 영향력의 측면에서 공적 인물이라거나 자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등을 수인해야 하는 공직자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또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특히 전파성이 강한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양육비 지급에 관한 법적책임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