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위한 일시적 대기발령 정당"
[노동]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위한 일시적 대기발령 정당"
  • 기사출고 2024.01.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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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기발령 불응 무단결근 기간 임금지급의무 없어"

기업이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원직으로 복직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기발령하더라도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2년 3월 현대자동차의 사내협력업체인 B사에 입사, 현대차에 파견되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조립업무에 종사했으나, B사는 2005년 2월 2일 A씨를 징계해고하고 A씨로부터 현대차의 사업장 출입증을 회수했다. 현대차는 같은 날부터 사업장 출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구제신청을 냈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서 모두 각하, 기각되자 소송을 내 '현대차는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2004. 3. 13.부터 원고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를 부정하면서 원고를 해고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2012년 2월 확정되었다. 중노위는 2012년 5월 2일 피고의 2005. 2. 2. 자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며, 피고는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현대차가 2013년 1월 7일 A씨에게 보직을 제시하지 않은 채 1월 9일 08:00까지 울산공장 인사팀으로 출근하라는 내용으로 배치대기 인사발령을 냈으나, A씨는 이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았고, 현대차는 '배치대기발령이 있은 2013. 1. 7.부터 총 927일간 무단결근을 지속하며 근로제공을 거부하였다'는 사유로 2016년 12월 20일 A씨를 다시 해고, A씨가 2005년 2월 2일자 해고는 무효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그 이후의 임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월 4일 "A씨에 대한 배치대기발령은 정당하다"며 대기발령 이후 결근한 기간에 대한 현대차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판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다169).

대법원은 먼저 "사용자가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그 대기발령이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명령으로서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고, 그 대기발령이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에게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로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 비교 ·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등 취지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배치대기발령은 고용간주된 근로자인 원고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직무교육 등을 통해 피고의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 측과의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쳤다고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 배치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이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가 해고될 당시 피고의 사업장에서 담당하였던 히트닥터 설치공정 자체는 이 사건 배치대기발령 무렵에도 존재하고 있었으나, 그 사이에 생산차종이 변경되었고, 히트닥터 설치공정에는 이미 다른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원고는 해고 시점부터 7년 이상 경과한 후 복직하는 것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그 사이에 이루어진 작업방식의 변화, 원고의 업무수행능력, 각 공정의 배치수요를 살펴 원고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대기발령기간에 대하여도 급여를 전부 지급하므로 원고에게 경제적 불이익이 없고, 출근장소 역시 울산공장 내 인사팀이어서 출퇴근에 불편함이 가중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배치대기발령이 원직복직의무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치대기발령 이후에도 원고가 근로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2013. 1. 9.부터 2014. 3.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피고의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하였으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앤장이 현대차를 대리했다. A씨는 법무법인 여는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