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 익산시 · 전북도 상대 손배소 승소
[손배]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 익산시 · 전북도 상대 손배소 승소
  • 기사출고 2024.01.04 09: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지법] '발암물질 배출' 비료공장 감독의무 해태 인정

전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행순 부장판사)는 11월 23일 전북 익산시의 장점마을에 거주 중이거나 거주했던 주민 혹은 그 상속인 27명이 "관할 공무원들의 감시 · 감독 소홀로 마을 인근에 있던 비료공장의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물질, 악취, 매연, 폐수 등으로 인해 생활환경을 침해받고 신체 · 건강상의 장해를 겪게 되었다"며 익산시와 전라북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합960)에서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감독의무 해태를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거주기간 1개월당 1인당 위자료 30만원, 암 투병중 사망한 사람에게는 1인당 9,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개월당 30만원, 암투병 중 사망 위자료 9천만원 

A사는 2001년 6월부터 장점마을 인근에서 비료 제조 공장을 운영해 왔는데, 장점마을 주민들은 공장이 가동된 이후 악취와 매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2001년 10월경부터 익산시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2013년경부터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과 공장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익산시 공무원은 2016년 9월 22일경 장점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당 공장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 결과 A사가 비료 제조 등에 사용하여 오던 연초박 등의 부적정 보관, 공공수역 특정수질 유해물질과 유류 유출을 적발한 뒤 고발과 과징금, 과태료 부과처분을 했다. 이후 익산시는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A사의 '악취 배출허용기준 부적합' 등 법규 위반 사실을 적발한 뒤, A사에 개선 명령, 이행명령, 영업정지 처분, 과태료 부과, 고발 등의 조치를 했다가, 2017년 4월 14일 '대기배출시설 설치 불가능 지역에 대기배출시설을 설치해 대기환경보전법 23조 1항을 위반했음'을 사유로 한 폐쇄명령을 했다. A사는 열흘 뒤인 4월 24일 이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환경부가 2017년 7월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의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수용해 실태조사에 착수, 2019년 6월 'A사가 퇴비(교반 공정)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 원료(건조 공정)에 사용했으며,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 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각종 발암물질(TSNAs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작업장 내부 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공장 근로자와 공장 인근 장점마을 주민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원고들이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A사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해태하였고, 이로 인하여 A사의 공장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 물질, 악취, 매연, 폐수 등으로 인하여 생활환경을 침해받고 신체 · 건강상의 장해를 겪게 됨에 따라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었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참조)"라고 전제하고,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이 A사의 이 사건 공장 운영과 관련하여 비료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악취방지법, 환경오염 물질배출시설 등에 관한 통합지도 · 점검규정(통합점검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부과된 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위 관련 법령에 따른 피고들 소속 공무원의 감독의무의 내용은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서류 검토, 배출시설 둘러보는 형식적 점검만 수행"

재판부는 "익산시 소속 담당 공무원은 이 사건 공장에 대하여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통합점검규정 제19조에서 정하고 있는 연 2회, 총 16회의 정기점검을 하기로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도, 실제로는 2010. 8. 31.과 2013. 4. 8. 단 2회의 정기점검만을 실시하였고, 점검 당시 A사가 허가받은 공정대로 퇴비와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지, 퇴비 보관창고에 연초박 등 퇴비 원료를 규정에 따라 제대로 보관하고 있는지, 유기질비료의 원료 혼합장치에 연초박 등 퇴비 원료가 투입되고 있는 것인지 등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관련 서류 검토와 함께 배출시설을 둘러보는 정도의 형식적인 점검만을 수행하였다"고 지적하고, "익산시 소속 공무원들은 비료관리법에 따른 익산시장의 사무를 처리하거나, 익산시장이 전라북도로부터 위임받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무를 처리하면서, 그 직무상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아니하여 A사에 대한 관리 · 감독을 게을리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 소속 공무원이 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에 따라, 이 사건 공장으로부터 신체에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 배출되었고, 장점마을 주민인 원고들 혹은 그 피상속인들(이하 '원고들' 이라고만 한다)이 이와 같은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암을 포함한 각종 질환을 앓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써 원고들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 또는 생활이익을 침해당하였고, 그 침해의 정도가 수인한도를 넘어섰다고 보이며, 그 결과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감독의무 해태 행위는 A사의 폐기물 재활용 변경신고 수리일인 2009. 5. 29.경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이전부터 피고들 소속 공무원의 감독의무 해태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A사는 2017. 4. 24. 폐업하였고, 그 이후부터도 이 사건 공장의 가동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현 상황에서 원고들이 앓고 있는 질환 등에 A사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미친 영향을 정확히 판별하거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를 참작하여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각 위자료 액수를 위 2009. 5. 29.부터 2017. 4. 24. 까지의 기간 동안의 거주기간 1개월 당 30만원으로 인정하되, 원고들 중 1명의 피상속인으로 암투병 중 사망한 2명에 대해서는 위자료 액수를 각 9,000만원으로, 암 투병 중인 원고 2명에 대하여는 위자료 액수를 각 6,000만원으로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는 2009년 5월 28일 익산시장에게 폐기물 재활용 변경신고를 했는데, 당시 적용되던 구 비료공정규격에 따르면, 전분박, 주정박, 당박 등 식물성 폐기물은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익산시 담당 공무원은 다음날인 5월 29일 위 변경신고를 수리했고, 그 결과 A사는 수분이 많은 주정박 등 식물성 폐기물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하게 되었으며, 유기질비료 제조 시 고온건조과정을 거치게 됨에 따라 위 식물성 폐기물로부터 대기오염물질과 악취가 발생하게 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