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미니 블록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5년 3월경부터 2016년 8월경까지 도라에몽, 원피스, 짱구 등 일본 만화 캐릭터들과 동일 또는 유사한 모양의 미니블록 제품 약 4,895개, 2,900여만원어치를 캐릭터 저작권자의 동의 또는 승낙 없이 국내에 판매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중 도라에몽 캐릭터는 일본 저작권자가 중국의 B사에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중국 내 상품화권을 부여했고, B사는 다시 중국의 C사에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도라에몽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의 대만, 홍콩,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대륙 지역 내 판매권을 위임했으며, A씨는 C사로부터 도라에몽 블록 제품 약 960개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이를 다시 판매하였다. A씨의 도라에몽 블록 제품의 수입과 양수는 국내에서 이루어졌고, A씨가 당시 C사로부터 중국 내에서 위 제품을 제공받거나 양도받지는 않았다. 도라에몽 캐릭터에 관한 한국 내 상품화 사업권은 국내의 다른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재판에선 A씨가 도라에몽 미니블록 제품에 대해 주장한, 외국에서 수입된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관한 배포권의 소진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었다면 저작재산권자는 그와 관련된 보상의 기회를 가졌던 것이고, 이미 거래에 제공된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은 그 이후에는 자유롭게 유통될 필요가 있으므로 해당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대한 배포권은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죄가 되지 않는다. 저작권법 20조도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해당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규정, 저작재산권자의 배포권에 관한 권리소진의 원칙을 명문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그러나 12월 7일 "도라에몽 미니블록 제품에 대한 저작권자의 한국에서의 배포권은 소진되지 않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17863).
대법원은 "피고인이 C사로부터 직접 수입한 도라에몽 미니블록 제품은 중국 내에서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지 않고 곧바로 국내로 수입되어 피고인에게 소유권이나 처분권이 이전되었으므로, 위 제품은 외국에서 거래에 제공된 경우가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 저작권자의 배포권 소진 여부에 관하여는 저작권법 제20조 단서를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외국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되었던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국내로 다시 수입하여 배포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법 제20조 단서에서 정한 효과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