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남의 글 자신이 쓴 것처럼 페이스북에 무단 게시하면 저작인격권 침해도 유죄"
[지재] "남의 글 자신이 쓴 것처럼 페이스북에 무단 게시하면 저작인격권 침해도 유죄"
  • 기사출고 2023.12.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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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 침해 위험"

남의 글을 자신이 쓴 것처럼 페이스북에 무단으로 게시하면 저작인격권 침해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기계항공공학 박사인 B가 페이스북에 게시하거나 저널에 연재한 글을 페이스북에서 복사해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B에게 부탁해 건네받은 후 B가 2014년 페이스북 계정을 닫은 후인 2015년 3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무단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B의 페이스북 게시글 42개와 저널 연재글 3개를 저작자인 B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하거나 임의로 내용을 더하거나 구성을 변경해 게시했다가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침해, 저작자 허위표시 공표, 저작인격권 침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저작재산권 침해와 저작자 허위표시 공표 혐의는 유죄로 보고, 저작인격권 침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A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의 저작인격권 침해행위로 인하여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인다"며 저작인격권 침해 혐의도 유죄를 인정,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자 A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11월 30일 저작인격권 침해 유죄를 인정, A의 상고를 기각했다(2020도10180).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1호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저작권법 위반죄(저작인격권 침해죄)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과 함께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여기서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란 저작자 또는 실연자가 그 품성 · 덕행 · 명성 ·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평가, 즉 사회적 명예를 가리킨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354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본죄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통해서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고, 현실적인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구체적 · 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위험이 있는지는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주관적 감정이나 기분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침해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침해행위의 내용과 방식, 침해의 정도,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저작물 또는 실연과 관련된 활동 내역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사회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피해자는 전문지식 등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이나 저널의 전문가 연재란에 다수의 글을 게재하면서 자신의 학식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누리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닫는 등 피해자 저작물의 게시를 중단하자 피고인이 이러한 기회에 피해자 저작물을 이용하여 자신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상당한 식견이 있는 사람처럼 행세하고자 위와 같은 저작인격권 침해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여 페이스북에 게시한 피해자 저작물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마치 피고인의 저작물처럼 인식될 수 있어, 피해자로서는 피해자 저작물의 진정한 저작자가 맞는지 나아가 기존에 피해자가 피해자 저작물의 창작 등을 통해 얻은 사회적 평판이 과연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지 의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여 페이스북에 게시한 피해자 저작물로 인하여, 그 저작자를 피해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고인의 게시글에 나타난 피고인의 주관이나 오류가 원래부터 피해자 저작물에 존재했던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없지 않다"며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가 피해자 저작물을 게시한 이후 A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칭찬 댓글을 달았고 이에 대해 A는 마치 피해자의 저작물이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답글을 달기도 했다. 또 A가 피해자의 저작물에 더하거나 그 내용을 변경한 내용 중에는 A의 주관에 따른 사회비판적인 인식 등이 드러나거나 잘못된 상식에 기한 경우도 있었으며, A의 게시글을 읽은 사람이 피해자에게 A의 게시글과 피해자 저작물이 너무 비슷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