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처벌 불원 합의했는데 교통사고 과실재물손괴 양형만 참작 잘못"
[교통] "처벌 불원 합의했는데 교통사고 과실재물손괴 양형만 참작 잘못"
  • 기사출고 2023.12.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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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반의사불벌죄여서 기소 불가"

교통사고 피해자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는데 반의사불벌죄인 교통사고 과실재물손괴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양형에서만 참작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호는 "도로교통법 제151조(업무상 과실재물손괴)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21년 11월 22일 오후 1시 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077%의 술에 취한 상태로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렉스턴 승용차를 운전하여 인천 부평구에 있는 편도 4차로 중 2차로를 진행하다가, 1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B씨가 운전하는 쏘나타 택시를 들이받아 B씨에게 전치 약 2주의 요추의 염좌와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 쏘나타 택시를 수리비 250여만원이 들도록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업무상 과실재물손괴, 음주운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 선고 전인 2023. 3. 13. 1심 재판부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 명의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위 합의서에는 피해자의 자동차운전면허증 사본이 첨부되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양형이유의 하나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에게 형법 37조 후단의 경합범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하면서 양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했던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그러나 11월 30일 원심을 깨고, 업무상 과실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선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12694).

대법원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의 철회 또는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는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제3항)"고 전제하고,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의 부존재는 소극적 소송 조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므로 당사자가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항소심은 이를 직권으로 조사 ·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2도158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피해자 명의 합의서가 제1심판결 선고 전에 제1심법원에 제출되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도로교통법상 업무상 과실재물손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