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아이폰 성능저하' 애플, 소비자에 1인당 7만원씩 배상하라
[손배] '아이폰 성능저하' 애플, 소비자에 1인당 7만원씩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3.12.07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업데이트 관련, 고지의무 위반"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면서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 한국 소비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겨 1인당 7만원의 위자료를 지급받게 되었다.

서울고법 민사12-3부(재판장 박형준 부장판사)는 12월 6일 A씨 등 아이폰 소비자 7명이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3나2012591)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iOS 업데이트와 관련한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해 "애플 본사는 원고들에게 1인당 위자료 7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코리아에 대해서는 "애플코리아는 하드웨어 보증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데, 이 사건 업데이트의 개발 · 배포에 피고 애플코리아가 관여하였다거나 피고 애플코리아에게 업데이트와 관련된 고지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피고 대리인은 김앤장이다.

2016년 10월경 iOS 10.2 버전을 사용하는 아이폰 6, 7 시리즈에서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하자, 애플은 전원 꺼짐 현상에 대응하여 아이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일부 시스템 구성요소의 최고 성능을 제한하며 관리하는 기능(성능조절기능)이 담긴 소프트웨어를 개발, 2017년 1월경 성능조절기능이 탑재된 iOS 10.2.1 업데이트를, 2017년 12월경 iOS 11.2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후 '긱벤치' 등 해외사이트에 '아이폰 6s, 7 기종에서 해당 업데이트를 설치한 경우 CPU와 GPU의 연산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벤치마크 측정결과가 게시되고, 국내에서도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노후되면 아이폰의 성능이 제한되도록 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아이폰 성능저하 의혹과 관련된 언론기사가 보도되었다.

애플은 2018년 1월경 홈페이지에 성능조절기능에 대해, '배터리 노화 상태 등에 따라 사용자는 앱을 실행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거나 스크롤하는 동안 프레임 속도가 더 늦어지는 등의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등의 공지를 했다. 원고들은 애플의 공지 이전에 해당 업데이트를 설치한 소비자들로 1인당 재산상 손해 10만원, 정신적 손해 10만원 등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기기 훼손 내지 악성프로그램 배포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업데이트에 포함되어 있는 성능조절기능은,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정한 조건에서만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CPU/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고,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CPU/GPU 성능 제한이 수반되는 성능조절기능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업데이트로 인해 영구적으로 또는 항상 아이폰의 성능을 제한받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업데이트를 설치하고 나면 이를 사후적으로 제거하여 그 설치가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피고가) 성능조절기능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iOS 11.3 업데이트를 제작 · 배포함으로써 사용자들로 하여금 위 기능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스마트폰 배터리의 노화 상태나 충전 상태에 따라 기기에서의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시켜 기기의 동작 성능을 조절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의 효용을 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건 업데이트로 인해 이 사건 아이폰이 물리적으로 훼손되거나 통상적인 기능에 영구적 장애가 발생하는 등과 같은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업데이트가 아이폰에서 나타나는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포되었고, 성능조절기능이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업데이트가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고지의무 내지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의 책무'로서 사업자는 물품등을 공급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조건이나 거래방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제19조 제2항), 소비자에게 물품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한다(제19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 애플은 사업자로서 이 사건 업데이트의 배포가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보다 유익한 사용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업데이트 설치에 따른 결과 또는 영향 등에 관하여는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 · 배포하여 그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사업자인 피고 애플과 소비자들 사이에 현저한 정보 불균형 내지 비대칭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원고들로서는 운영체제인 iOS의 업데이트가 일반적으로 아이폰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업데이트가 아이폰에 탑재된 프로세서 칩의 최대 성능을 제한하거나 이로 인해 앱 실행이 지연되는 등의 현상이 수반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아이폰은 당시의 스마트폰 기술수준에 비추어 최상급의 성능을 갖춘 고가의 기기에 속하였고, 피고 애플도 이를 강조하여 홍보하였는데, 비록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이 사건 아이폰의 CPU/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인 이상, 피고 애플로서는 피고 애플을 신뢰하여 이 사건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업데이트를 설치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함께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피고 애플은 이러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아니하였고, 이는 피고 애플이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이 사건 업데이트 설치 여부에 관한 선택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피고 애플은 위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