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삼척향교 관리하는 강원도향교재단에 '부지 무단점유 변상금' 부과 무효"
[행정] "삼척향교 관리하는 강원도향교재단에 '부지 무단점유 변상금' 부과 무효"
  • 기사출고 2023.11.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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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가 소유권 취득 때부터 부지 점유 · 사용 용인"

국가가 향교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그 이전부터 향교를 관리 · 운용해온 향교유지재단에 부지 무단 점유 · 사용을 이유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0월 18일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척향교를 소유 · 관리 · 운용하고 있는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이 "변상금 5,900여만원의 부과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두42584)에서 "변상금 부과는 무효"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이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 · 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여, 변상금 부과에 관한 국유재산법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다.

향교재산법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인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은 동재 · 서재 · 대성전 등을 포함한 삼척향교를 소유 · 관리 · 운용해 왔다. 삼척향교는 1468년부터 현재 장소에 이어져 온 조선시대 향교로, 1985년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삼척향교는 삼척시에 있는 종교용지 1,461㎡, 도로 162㎡와 36㎡ 등의 지상에 있는데, 국가는 1979년 9월 종교용지 1,461㎡에 관하여, 1986년 7월엔 삼척향교 부지 중 나머지 토지에 관하여 각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유재산의 관리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이 국유재산인 삼척향교 부지를 무단으로 점유 · 사용했다는 이유로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향교유지재단에게 총 5,900여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하자,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본문, 제2조 제9호가 사용허가나 대부계약 없이 국유 재산을 사용 · 수익하거나 점유한 자에 대하여 그 재산에 대한 사용료 또는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유재산에 대한 점유나 사용 · 수익 자체가 법률상 아무런 권원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정상적인 사용료나 대부료를 징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용료나 대부료 대신에 변상금을 징수한다는 취지라고 풀이되므로, 점유나 사용 · 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두47915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위와 같은 법적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변상금 부과처분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5두677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원고에게는 향교건물을 포함한 삼척향교의 관리 · 운용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삼척향교 부지)의 점유나 사용 · 수익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법적 지위에 있는 원고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한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현재 장소에 있었으므로 국가는 삼척향교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부터 이미 삼척항교 관리 · 운용 주체의 부지 점유 · 사용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향교재산법과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원고는 법률상 삼척향교를 소유하도록 강제되고 임의로 그 부지의 점유 · 사용을 종료하는 것도 금지되므로, 법치주의 및 자기책임 원리에 비추어 위 각 법률이 원고에게 삼척향교 부지에 대한 점유 · 사용의 권원 내지 지위를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국가는 헌법 제9조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를 보존 · 관리 · 활용하여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삼척향교 부지를 점유 · 사용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가 그 부지를 점유 · 사용하는 것은 국유재산법 제72조 제1항 단서 제2호에서 변상금 부과의 예외 사유로 정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한 사유로 국유재산을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 · 수익하게 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삼척향교 부지에 관하여 약 100년 동안 사용료 · 대부료나 변상금을 요구한 적이 없었으므로, 삼척향교의 관리 · 운용 주체에게 그 부지의 배타적 점유 · 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1심부터 강원도향교유지재단을 대리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법무법인 지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