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철도노조원 '조명탑 점거농성'에 음식 보낸 노조 간부들…업무방해 방조 무죄
[노동] 철도노조원 '조명탑 점거농성'에 음식 보낸 노조 간부들…업무방해 방조 무죄
  • 기사출고 2023.07.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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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범 업무방해 행위와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순환전보 방침에 반대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조명탑 점거농성'을 지지하고자 철도노조 간부들이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음식물 등 물품을 제공한 것을 업무방해 방조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6월 29일 업무방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철도노조 서울본부 본부장 A씨 등 서울본부 간부 7명에 대한 상고심(2017도9835)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 또는 50만원,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여는이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철도노조 조합원 2명은 한국철도공사의 순환전보방침에 반대하고자 2014년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마포구에 설치된 높이 15m 가량의 조명탑 중간 대기 장소에 올라가 2인용 텐트를 설치한 후, '단 한명도 못 보낸다. 강제전출 철회'라고 쓴 가로 0.6m 세로 6m의 노란색 현수막을 걸고 점거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위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4월 9일 08:35쯤부터 5월 2일 13:00쯤까지 조명탑의 전원을 차단했다.

A씨 등 7명은 위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그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지지집회를 개최하고, 농성자들에게 음식물 · 책 등 물품을 제공했다.

농성자 2명은 위력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야간 입환업무(열차의 조성을 위해 차량을 연결, 해방 또는 전선 등을 하는 작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검찰은 A씨 등 7명도 업무방해의 방조범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씨 등에게 업무방해 방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정범인 농성자들의 업무방해죄의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방조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순환전보 방침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고 그 방침을 철회시키려는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집회에서 조명탑 점거행위를 지지하는 발언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그러한 언행이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농성자들의 조명탑 점거행위를 통한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농성자들에게 제공한 물품의 내용, 제공의 횟수, 시기 및 경위, 점거 장소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들이 음식물 등을 제공한 것은 고공에 설치된 좁은 공간에 장시간 고립되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 상황에 있던 농성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고, 그러하기에 회사도 피고인들이 물품을 제공할 때마다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전달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인 중 한 명이 점거 첫날 밤 조명탑에 올라가 농성자들을 만난 행위는 그들의 안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보아 조명탑 점거에 일부 도움이 된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조명탑 본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야간 입환업무를 방해한다는 정범들의 범죄에 대한 지원행위 또는 그 법익 침해를 강화 · 증대시키는 행위로서 정범들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전 판결(2015도12632 등)을 인용,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다만,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 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 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