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아들의 성과본 베트남 이주 여성 어머니 성본과 같게 변경' 허가
[가사] '아들의 성과본 베트남 이주 여성 어머니 성본과 같게 변경' 허가
  • 기사출고 2023.06.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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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한국인 아버지도 지지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이주 여성이 혼인 중 새로운 성본을 창설해 사용하면서 남편 성본을 따른 자녀의 성본을 자신의 성본으로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해 받아들여졌다. 통상 자녀의 성본 변경은 재혼 가정에서 계부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거나, 이혼 또는 사별 후 어머니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이 사건은 혼인 중인 부부 사이에서 자녀가 아버지의 성본을 따르던 것을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하는 것을 허가한 것이어 주목된다.

의정부지법 이의진 판사는 6월 19일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인 A씨가 현재 다섯살인 아들의 성과 본을 남편의 성과 본에서 자신의 성과 본으로 변경해달라며 낸 청구를 받아들여, 성본 변경을 허가했다(2023느단164).

A씨의 남편은 한 자동차 회사의 노조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되어 2007년 이혼의 아픔을 겪고 8년간 해고노동자로 지내던 중 2016년 홀로 베트남 여행을 떠났다가 국립 하노이 대학에 재학하며 호주 유학을 준비 중이던 A씨를 만나게 되었고, 2016년 12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한 후 한국에 입국해 양주시에서 가정을 꾸리고 2017년 6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A씨는 이후 2018년 1월 아들을 출산했고, 3년 후인 2021년 8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A씨는 그러나 2022년 9월 성본을 창설하고 개명했다.

A씨는 아들로 하여금 어머니 나라의 혈통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하고 한국에서 외국 이주민 출신 여성이 창설한 성본의 후손이 대대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아들의 성본을 아버지의 것에서 어머니인 자신의 것으로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A씨의 남편 역시 자녀의 성본 변경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A씨의 남편은 아들이 아버지의 혈통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혈통인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아들이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매년 겨울방학 동안 베트남 외가를 방문해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 판사는 "친권자 · 양육자의 의사에 비추어 볼 때, 청구대로 사건본인(아들)의 성 · 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사건본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하여 성 · 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녀의 성 · 본 변경이 반드시 가족관계의 변동이나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이 판사는 "성 · 본 변경으로 인하여 대외적으로 외국 이주민의 혈통임을 드러내고 또 사회의 주류 질서라고 할 부성주의에 반하는 외양이 형성되어 비우호적인 호기심과 편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이를 이유로 어머니와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상 이익을 무시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인바, 청구인과 배우자는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에 맞서 사건본인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성 · 본 변경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아가 이 사건 청구가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성 · 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 결정(2009스23)에 따르면, 민법 781조 6항에 정한 '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자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하여 자 또는 친권자 · 양육자의 의사를 고려하되, 먼저 자의 성 · 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하고, 다음으로 성 · 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에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 · 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한 다음, 자의 입장에서 위 두 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자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자의 주관적 · 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 · 본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성 · 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 · 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