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유부녀와 불륜으로 낳은 아이, 생모만 출생신고 헌법불합치"
[헌법] "유부녀와 불륜으로 낳은 아이, 생모만 출생신고 헌법불합치"
  • 기사출고 2023.03.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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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혼외자의 출생등록될 권리 침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월 23일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46조 2항과 같은 법 57조 1항, 2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2021헌마975). 헌재는 다만, 위 법률조항들은 2025.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했다.

이 사건의 청구인들은 혼인 외 출생자들로, 모가 남편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모와 생래적 혈연관계가 인정되는 생부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재판부는 먼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로서,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지적하고, "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서 헌법 제10조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36조 제1항의 가족생활의 보장, 헌법 제34조 제4항의 국가의 청소년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실시의무 등에도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이들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자유로운 인격실현을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 중 여자가 남편 아닌 남자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가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사회보험, 사회보장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민등록이나 신분확인이 필요한 거래를 하기도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유기되기 쉽고,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심판대상조항들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실효적으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해당하는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가 장기간 남편 아닌 남자와 살면서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직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자백하는 것이고, 혼인 외 출생한 자녀가 모의 남편의 자녀로 추정됨으로써 남편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하여 쉽게 아내의 부정한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가 신고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점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그리고 그 남편이 해당 자녀의 출생의 경위를 알고도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그러나 "심판대상조항들이 생부인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생부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출생신고의무자조항이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의무자를 모로 한정한 것은, 모는 출산으로 인하여 그 출생자와 혈연관계가 형성되는 반면에, 생부는 그 출생자와의 혈연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 출생자의 출생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며 "심판대상조항들이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의무를 모에게만 부과하고,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에게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모가 혼인 중일 경우에 그 출생자는 모의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한 민법의 체계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현행 가족관계등록법하에서는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모와 그 남편만이 할 수 있고, 생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모가 그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사실상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입법자는 출생신고 의무자와 적격자의 범위, 출생신고의 방법과 절차, 출생신고의 효력 및 민법상 친생추정과 번복, 인지의 효과에 관한 사항 등을 두루 고려하여,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 법적 부자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은 개선입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