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동성 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해야"
[행정] "동성 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해야"
  • 기사출고 2023.03.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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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합리적 이유없이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

동성 배우자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 상고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2월 21일 동성인 남성 배우자를 둔 A(32)씨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동성 배우자 B(33)씨의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 115,560원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의 항소심(2022누32797)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건강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 2018. 12. 1.자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었다. 이후 B(33)씨가 2020년 2월 A씨를 자신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2020년 11월 A씨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자격을 변경 처리한 후 A씨에게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분의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 115,560원을 부과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A는 2012년 B를 만나 2013년부터 교제해왔고,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여 2017년 2월경부터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여 왔다. 2019. 5. 25.에는 양가 가족 및 친지들에게 대외적으로 알리는 '소소한 결혼식'이라는 의식을 치렀으나,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다.

사실혼 관계는 인정 안 해

재판부는 먼저 A와 B 두 사람 사이에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인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보험급여를 제공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직장가입자의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비교집단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은, 그들이 '성적 지향(性的指向, sexual orientation)'에 따라 선택한 생활공동체의 상대방인 직장가입자가 그들과 이성(異性)인지 동성(同性)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따라서 행정청인 피고가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동성 부부' 또는 '(동성) 사실혼 배우자'라는 표현을 썼으나, 재판부는 "아직 동성 간 혼인 또는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현행법 하에서 그와 같은 표현은 개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동성결합 상대방'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이 법원이 양자를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2022. 8. 18.자 석명준비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 · 입증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의 전체 변론 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어 이 사건 차별대우는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로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동성결합 상대방임이 인정되고,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결합 상대방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절차적 위법도 있어

재판부는 또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자격변경 통보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킨 것은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하는데,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피고의 처분에 절차적 위법도 있다고 밝혔다.

김지림, 류민희, 박한희, 장서연, 이도경 변호사와 법무법인 원이 A씨를 대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