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사의 흐뭇한 작은 변화
법원 청사의 흐뭇한 작은 변화
  • 기사출고 2004.07.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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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서울 서초동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들어서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김진원 기자
정문을 통과해 청사로 진입하는 동 , 서 두개의 경사로엔 ‘법정용 승강기 준공’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듯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자리엔 얼마전까지 ‘가사 · 소년제도 개혁위원회 출범과 1차 회의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었다.

현수막을 내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승강기의 준공과 가사 · 소년 제도의 개혁 추진을 널리 알리자는 게 주된 목적이다.
행정부처 등 다른 기관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홍보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던 법원이 현수막을 내걸고 적극 홍보에 나선데 놀라움을 넘어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는 게 법원을 찾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인 것 같다.

청사 안으로 들어서면 법원의 이런 변화의 모습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훨씬 밝아진 조명에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로비, 승강기 앞, 계단 입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완연한 스포트라이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환하다.

이런 곳일수록 밝고 환하게 해 재판에 시달리는 민원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자는 뜻에서 3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도가 높아지도록 시설을 보강한 결과라는 게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고법 관계자의 설명이다.

곳곳에 게시된 '법정안내도'는 색을 넣어 모양을 낸 가운데 알기 쉽게 주요 지점이 잘 설명돼 있다.

법정으로 통하는 승강기에 타 보았다.

“마음은 용감하게/생각은 신중히/…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영원히 깨어있는 사람이다."

‘마음의 양식’이란 제목아래 테두리가 깔끔하게 마무리된 액자속에 담겨 있는 법구경의 한 구절이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재판이야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기기도 하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떠나 서울법원청사의 이런 조그마한 노력이 법정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철 난방비를 줄여 냉방기 온도를 좀 더 낯추었다고 하더니 7월 중순의 오후인데도 법원 청사 안은 시원하기만 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