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라" 하급법원이 대법 '감사'
"재판 늦어진 이유를 설명하라" 하급법원이 대법 '감사'
  • 기사출고 2007.03.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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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확정 판결에 3년5개월…대법 "늦어진 것 아니다" 소명
하급심 법원이 대법원의 재판 사무를 감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재판 지연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하기 위해 민사 단독 판사가 대법원에 "재판이 늦어진 이유를 소명하라"며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마은혁 판사는 미포조선소 해고 노동자 김모씨가 "대법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선고를 지연해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심리하면서 최근 피고측 소송수행자인 법원행정처에 "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유사 사건의 경우 재판이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등을 소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심리를 위해 재판이 실제로 지연됐는지, 지연됐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법원측 과실은 없었는지 등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마 판사에게 "그동안 대법원에서 3년 넘게 계류중인 사건이 2건 있었다"며 "원고의 사건이 특별히 늦어진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소명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포조선 노조 대의원이었던 김씨는 1997년 허위 사실을 담은 유인물 배포 등을 이유로 해고된 후 2000년 2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내 같은해 12월 1심 재판에서, 2002년 2월에는 항소심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3년 5개월여가 지난 2005년 7월에야 복직 확정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에 손배소를 제기하면서 소장에서 "일반적인 민사 소송의 경우 상고심에서 평균 5.5개월, 해고무효 소송의 경우는 선고까지 평균 1년 6개월이 걸린다"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낸 소송은 국내에서 재판 지연을 이유로 제기된 첫 손배소였다.



노윤정 기자[prufrock@munhwa.com] 2007/03/22 14: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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