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경락받은 원룸건물에 설치된 '유치권 행사' 플래카드 · CCTV 제거…무죄"
[형사] "경락받은 원룸건물에 설치된 '유치권 행사' 플래카드 · CCTV 제거…무죄"
  • 기사출고 2020.07.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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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유치권 신고 안 해…정당행위"

A씨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5필지의 토지와 공사 중인 원룸건물을 경락받았으나, B(47)씨가 전 소유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여 플래카드와 CCTV를 설치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에 A씨는 2019년 2월 2일 오전 10시쯤 지인에게 부탁하여 "본 건물은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플래카드 4장(약 14만원)과 CCTV 1개(약 47만원)를 제거하도록 하여 B씨 소유의 시가 약 61만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주지법 임현준 판사는 그러나 지난 3월 24일 "B씨는 적법한 유치권자가 아니어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단483).

임 판사는 먼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플래카드 4장과 CCTV 1개를 제거한 사실은 분명하게 인정되고, 피고인 또한 이는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주변 감시라는 CCTV의 일반적인 기능과 피해자의 플래카드 등의 설치 목적(피해자의 점유 및 그 공시의 수단이자 주변 감시), 설치 장소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플래카드 등의 제거 행위는 플래카드 등을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일단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임 판사는 그러나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이를 적법하게 인도받은 자가 그의 동의나 허락 없이 설치되어 부동산의 출입이나 임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현수막과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 제거하거나 손괴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의 소유권 행사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수막과 공고문의 부착 행위에 대하여 민사소송이나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피고인의 플래카드 등의 제거행위는 정당행위"라고 판시했다.

임 판사에 따르면, A씨는 위 원룸건물 등에 대한 매각허가결정을 받고 2018년 12월 26일 매각대금을 완납함으로써 이 건물 등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B씨는 위 경매사건에 관하여 이 건물에 대한 유치권 신고를 한 일이 없다. 전주지법 집행관은 2018년 2월 20일 이 건물 등에 대하여 경매사건을 위한 현황조사를 하였는데, 당시 이 건물을 촬영한 사진에는 플래카드 등이 존재하지 않았고, 현황조사 결과에도 따로 이 건물에 점유자가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임 판사는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B)의 플래카드 등 설치는 피고인의 소유권 취득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원룸건물 공사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는 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는 법정담보물권인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의 플래카드 등의 설치가 위법한 행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플래카드 등의 존재로 인하여 이 건물에 관한 소유권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은 경험칙과 사회통념상 합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 플래카드 등의 효용을 해한 구체적 방법은 이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고, 파괴행위를 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는 플래카드 등 모두를 회수할 수 있었음에도 CCTV 1개만을 회수하였다"고 덧붙였다. 

A씨의 플래카드 등 제거 행위는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