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이민자상'에 영국인 수산나 여사
'올해의 이민자상'에 영국인 수산나 여사
  • 기사출고 2020.05.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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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입국해 60년 넘게 소외된 여성 등 도와

벌써 60년도 더 된 일이다. 그 배가 부산항에 도착했던 날이…외삼촌과 사촌오빠 2명이 6.25 전쟁에 참전해 이미 한국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으나 직접 두 눈으로 전쟁의 잔해로 남은 가난한 땅을 본 수산나 여사는 한국의 어렵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알았다.

5월 20일 오후 2시 30분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올해로 제13주년을 맞이한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인의 날」은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로 지난 2008년부터 매년 5월 20일에 기념해오고 있다.

◇2020년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은 영국인 수산나 메리(Younger Susannah Mary) 여사
◇2020년 '올해의 이민자상'을 받은 영국인 수산나 메리(Younger Susannah Mary) 여사

이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이민자상(대통령 표창)을 받은 주인공은 낙후된 농촌의 자립기반 마련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의 영국인 수산나 메리(Younger Susannah Mary · 83) 여사.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옥스포드대에서 현대철학을 전공한 그녀는 1959년 23세의 나이에 한국에 입국하여 6.25 전쟁 후 대한민국의 참상을 몸소 체험하며 일생을 대구 · 경북 지역에서 소외된 여성과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며 평생을 헌신했다.

수산나 여사는 1960년 대구 효성여대 영어교수를 시작으로 62년엔 대구카톨릭여자기술원(현 가톨릭푸름터)를 설립, 가난으로 소외된 여성들에게 미용 등 기술교육을 실시해 1972년 까지 9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또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가출청소년 287명의 사회 복귀를 지원했으며, 이후 미혼모 시설로 전환하여 378명의 미혼모들에게 안전한 출산과 산후조리를 지원했다. 수산나 여사는 64년 낙후 된 경북 경산시 하양읍 농촌지역 개발을 위해 영국 옥스팜(OXFAM)으로부터 원조금을 받아 '무학농장'을 운영하여 농민들의 자립기반 마련에 기여하였으며, 1967년 한국생활을 기록한 《무궁화》를 미국에서 출판하여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수산나 여사는 2011년 대구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이날 기념식에선 또 19년 동안 다문화가정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컴퓨터 무료보급 등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사)충남다문화가정협회 박인규 회장과 재한외국인의 인권보호 및 대국민 인식개선에 기여한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단체)가 재한외국인 사회통합 업무의 공로를 인정받아 함께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등 모두 19점의 정부포상이 수여되었다.

◇고기영 법무부차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5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제13주년 세계인의 날 정부 포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기영 법무부차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5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제13주년 세계인의 날 정부 포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우리 국민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근대화를 이루었고,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고통을 나누고 희망의 힘으로 단합하여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었다"며, "그 위기 극복과정에 재한외국인이 함께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번 기념식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예방과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외빈초청 및 공연행사를 취소하고, 유공자 포상식 행사로 행사규모를 축소하여 개최되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