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아모레퍼시픽 대덕 물류센터 화재 원인은?
[손배] 아모레퍼시픽 대덕 물류센터 화재 원인은?
  • 기사출고 2020.03.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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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국과수 감정결과 배척…DB손보 구상금 청구 기각

대규모 물류센터 화재 사건에서 화재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발화원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부(재판장 신헌석 부장판사)는 1월 17일 대전 대덕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물류센터에서 난 화재에 대한 보험금 277억여원을 아모레퍼시픽에 지급한 DB손해보험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근거로 물류자동화 전문업체인 A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의 항소심(2019나1816)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DB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했다. DB손해보험이 상고를 포기해 판결은 이대로 확정됐다. DB손해보험은 1심은 법률사무소 광화가, 항소심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피고 측은 1, 2심 모두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2014년 4월 28일 오후 2시 48분쯤 대전 대덕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대전공장 및 대전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자동화물류창고가 전소되고 그에 이어져 있으면서 출하장으로 사용되는 신물류창고, 구 물류작업장, 치약 생산동의 각 일부가 소실되었으며, 각 건물들 내에 보관되어 있던 각종 기계 · 설비와 재고자산 등이 불에 타 훼손되어 수백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재산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이 아모레퍼시픽에 277억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근거로 물류자동화 전문업체인 A사를 상대로, 아모레퍼시픽에 지급한 보험금의 80%에 해당하는 221억여원의 구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자동화창고에 설치된, A사가 설치해 유지보수를 하여 오던 스태커크레인(stacker crane)의 가이드레일 연결배선에서 단락흔(短絡痕)이 식별되는 점 등을 근거로 스태커크레인에서 전기적 원인에 의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스태커크레인은 자동화창고의 구성요소 중의 하나로, 자동화창고는 제품, 부품 등을 수납하는 랙(Rack), 랙에서 제품, 부품 등을 입 · 출고하는 스태커크레인 등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는 그러나 1심 판결을 인용, "국과수의 추정대로라면 이 사건 화재의 발화점은 바닥에 가까운 2번 스태커크레인의 하단부에 해당하나, 화재가 확산되기 전의 모습을 본 목격자들의 진술 중 국과수의 추정과 부합되는 진술은 없고, 오히려 모두 화재의 바닥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자동화물류창고 랙의 3층 또는 그 이상의 상부 높이에서 화염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단락흔이 발견된 연결배선에서 화재의 발화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연결배선과 전선으로 연결된 2번 스태커크레인의 제어반, 내부의 다른 배선, 모터 등이 화재의 발화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국과수는 단락흔 외에는 2번 스태커크레인의 다른 부분에서 발화와 관련지을 만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답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2번 스태커크레인의 전기적 원인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의 의견은 그 자체로 모순되어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고(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원용한 대전대덕경찰서의 내사종결보고 역시 같은 이유로 믿지 아니한다), 달리 2번 스태커크레인의 다른 부분이 화재의 발화원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국과수에서 찾아낸 2번 스태커크레인 가이드레일 연결배선에서의 단락흔이 화재의 발화원이 되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국과수의 감정결과와 대전대덕경찰서의 내사종결보고는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화재가 피고가 보수 · 관리하는 2번 스태커크레인의 설치 · 보존상의 하자 또는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거나 확산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이 사건 화재는 스태커크레인 가이드레일의 하부에 해당하는 자동화물류창고의 하단이 아니라 제품이 적재된 자동화물류창고의 랙의 중간 위치 또는 그보다 상부에서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조웅 변호사는 "판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에 대하여 별도의 신빙성 있는 반대자료가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다고 하여 강한 증명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 판결은 국과수 작성 감정서의 증명력을 배척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강조하고, "화재 현장에서 단락흔이 발견되는 경우 국과수 등 화재조사기관은 전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로 결론 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전기 화재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변론을 수행하여 국과수의 화재 원인 판정의 오류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