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결혼했다가 조계종에서 제적된 군종장교 전역 처분 적법"
[행정] "결혼했다가 조계종에서 제적된 군종장교 전역 처분 적법"
  • 기사출고 2020.01.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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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역 복무 부적합 판단에 잘못 없어"

조계종 승려가 군종장교 복무 도중 결혼을 했다가 승적을 박탈당하고 군대에서도 전역 조치됐다. 대법원은 전역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2월 27일 공군 군종장교로 복무하던 중 결혼을 했다가 전역 조치된 A씨가 "현역 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39659)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999년 출가하여 대한불교 조계종 승적을 취득하고 승려가 된 뒤 2005년 7월 공군 군종장교(군법사)로 임관했으나, 2011년 6월 B씨와 결혼했다. 4년 후 이를 알게 된 조계종이 조계종 종헌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승적 제적처분을 내리자 A씨가 조계종을 상대로 제적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냈으나 2017년 1월 패소가 확정됐다. 조계종 종헌은 2009년 3월까지는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2009년 3월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되었다.

A씨는 군종장교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조계종 승적 제적처분을 받은 직후 태고종으로 전종하기도 했으나, 국방부가 공군본부 현역복무부적합 조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2017년 7월 현역 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을 내리자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군인사법 37조, 군인사법 시행령 49조에 의한 현역 복무 부적합자 전역 제도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를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로서 징계 제도와는 규정 취지와 사유, 위원회의 구성 및 주체 등에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고, "군인사법상 현역 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에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폭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으므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군인사법 시행령 49조 1항 1호, 4호의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본 피고의 판단은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고,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피고가 2017. 7. 11. 원고에 대하여 군인사법 37조, 군인사법 시행령 49조에 근거하여 현역 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을 하기 전에 원고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가 없고, 행정절차법 21조 등에 의하여 원고에게 국방부나 공군으로부터 조계종 종헌의 개정 여부 및 그 내용에 관한 통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는 원고에게 종합적인 현역 복무 부적합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이나 소급적용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2008년 8월경부터 2009년 8월경까지 1년간 미국연수를 다녀왔는데, 국방부나 공군으로부터 장교신분의 변화를 가져오는 규정의 변동에 대한 통지를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국방부장관이나 공군참모총장이 조계종 종헌의 개정 여부 및 그 내용에 관한 어떠한 통지도 하지 않아 개정된 종헌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야 종헌 개정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조계종 종헌의 개정을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 및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군종장교는 참모장교로서의 신분과 소속 종단으로부터 파송된 성직자로서의 신분을 함께 가지고, 종교 활동을 통하여 장병의 사생관을 확립하고 필승의 신념을 배양하고, 장병의 국가관과 병영생활에 대한 가치관 및 윤리관을 확립하며, 건전한 병영생활과 정신전력의 극대화에 기여하는 등 군 내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며 "원고는 군종업무에 관한 훈령에 따라 소속 종단의 규율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조계종 종헌을 위반하여 혼인을 하고도 약 4년간 혼인사실을 은닉하였다가 조계종 승적이 박탈됨으로써 장교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데다가 군종장교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조계종 승적 제적처분을 받은 직후에 태고종으로 전종하는 등 신의 없는 행동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군인사법 시행령 49조 1항 4호, 군인사법 시행규칙 56조 1항 3호에서 말하는 군종장교로서 '신의가 없으며 거짓 보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본 피고의 판단은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존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