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스페셜리포트] IBA 세션=Digital trade in legal services: consequences for bar associations and smaller law fi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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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19.10.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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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변호사, "기술 발전은 기존 법조시장 변혁하는 게임체인저"

최근 급속한 기술(technology)의 발전이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기술 발전은 법조 직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로펌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많은 논의가 축적되고 있으나, 법조 직역의 다른 참여자들, 특히 변호사단체와 중소형 로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세션은 이에 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발표 순서대로 정리했다.

◇Iain Miller 변호사(영국 Kingsley Napley)=기술 발전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이전에 법조 직역의 기존 특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조 직역은 변호사단체가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규율하는 특성이 있는데, 변호사단체가 이러한 규율 방식을 취하는 것은, 법률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정보 비대칭(asymmetry of information)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 작용의 핵심이 되는 사법정의의 실현과 법치주의 구현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 특히 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의 발전은 법률서비스와 이를 규율하는 변호사단체의 전통적인 인식에 많은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I가 프로그램으로 제시하는 결론을 법률적 의견으로 볼 수 있는지, AI가 제시한 결론에 오류가 있을 경우 변호사가 책임을 지는지, 아니면 프로그래머가 책임을 지는지, 이러한 서비스를 어떻게 규율해야 하는지 등의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

◇이동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변호사단체는 전통적으로 (i)변호사 직역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행위규범(code of ethics)을 제시하고 이를 위반한 회원들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하는 역할, (ii)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은 변호사 단체의 임무 수행 방식에 대한 많은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가상의 사례를 상정해 보겠다. 최근 한국에는 가상화폐(cryptocurrency) 투자 열풍이 있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ICO(Initial Coin Offering)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가상화페의 ICO를 허용하지 않았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ICO를 추진해 왔다. 한국 변호사들은 이러한 해외 ICO 추진을 자문해 왔고, 그 과정에서 해외를 왕래하거나 해외에 체류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일부 ICO가 실제로는 사기임이 밝혀져 투자자들이 많은 손실을 입게 되었고, 이에 일부는 변호사들이 이들의 사기행위에 관여했음을 이유로 대한변협에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ICO 사기에 변호사 상대 징계요청

이러한 사례는 과거 변호사단체가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속인주의 원칙(the principle of nationality)에 따라 윤리규범 위반행위가 일어난 행위 장소가 어디든지 회원들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의 역외적용(extraterritorial application of antitrust law)과 일응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즉, 공정거래법상 외국에서 카르텔 등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한 상당한 효과가 한국에 미친다면 이른바 실질적 효과주의 원칙(substantial effect theory)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특정 변호사가 외국에서 윤리규범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국내 변호사단체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의 우려가 있다면 변호사단체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기술 발전으로 변호사들의 활동 영역이 국가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변호사단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성 유지를 위해 윤리규범을 위반하는 변호사들을 어떻게 적발할 수 있는가가 문제될 것이다.

한편 기술 발전은 변호사단체의 또 다른 임무인 회원들의 권익 증진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즉, 기술 발전으로 법률시장에서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바, 이런 상황에서 각 나라의 변호사들에게 외국 진출 등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기술 발전은 기존 법조시장의 구조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혁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으므로, 변호사단체 역시 이를 충분히 고려해 전향적,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변호사단체들간의 정보 교류 등 상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Tahera Mandviwala 변호사(인도 TDT Legal)=기술 발전은 국가간 거래에서 소형 로펌에 상당한 기회와 이익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발주자(first mover)가 상당한 경쟁상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로펌을 경영함에 있어서도 이를 감안해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나는 현재 인도에서 소형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데, 기술 발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해외 출장 등에 소요되는 고정비, 간접비를 상당히 줄이는 방식으로 경영효율화에 매진하고 있다.

발표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청중들은 변호사단체가 국가간 거래 또는 역외에서 발생하는 행위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회원들이 변호사단체의 권한에 대해 문제삼지 않는지 질문했다. 이동률 변호사는 "변호사단체가 각 변호사의 자격 유지, 박탈 여부에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으므로 그러한 위험은 실질적으로 높지 않다"고 답변했다.

AI가 변호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발표자들은 현재 대형 로펌들 중 일부는 AI를 활용한 자동번역, 정형적 계약서의 자동 작성 등을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소개하고, AI가 변호사들의 업무를 일부 또는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변호사의 모든 업무를 100%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호사 양극화 우려도

기술 발전의 결과 변호사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즉, 기술 발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부 변호사들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단순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경쟁력을 구비하지 못한 상당수 변호사들의 경제적 지위는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특별취재반(desk@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