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도로법상 도로 아닌 지자체 소유 도로에서 추락사고…지자체 책임 40%"
[손배] "도로법상 도로 아닌 지자체 소유 도로에서 추락사고…지자체 책임 40%"
  • 기사출고 2019.09.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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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방호울타리 등 미설치

도로법상 도로는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도로에 방호울타리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차량이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법원은 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에 4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최근 경남 통영시의 한 도로에서 3m 아래 수로로 떨어져 전손된 차량의 소유자에게 보험금 2398만원을 지급한 흥국화재해상보험이 통영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43141)에서 피고의 책임을 4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959만 2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5월 3일 오전 3시 30분쯤 자신 소유의 차량을 운전하여 통영시에 있는 도로를 진행하던 중 좌측으로 'ㄱ'자로 꺾어진 부분에서 그대로 직진해 3m 아래의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로 떨어져 차량이 전손됐다. A씨의 차량에 관하여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흥국화재가 A씨에게 보험금 2398만원을 지급한 뒤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소유자인 통영시를 상대로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통영시는 "이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가 아니므로 관리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는 아니지만 피고 소유의 도로인 사실, 피고가 이 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도로는 피고가 사실상 지배주체로서 점유하는 공공의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는 도로에 대한 관리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령인 도로의 구조 ·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도로를 신설 또는 개량하거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정하는 경우 그 도로의 구조와 시설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이 규칙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도로법에서 정하고 있는 도로에 적용됨을 원칙으로 하되, 기타 도로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로법상 도로가 아닌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이 규칙과 지침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조물인 이 도로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하면, 노측이 위험한 구간(도로가 바다, 호수, 하천, 늪지, 수로 등에 인접되어 있는 구간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간)에서는 길 밖으로 벗어난 차량이 수몰하여 대형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9조 1항의 안전표지 설치 기준 등에 관한 별표6에 의하면, 도로의 일변(한쪽)이 강변, 해변, 계곡 등 추락위험지점인 경우에 강변도로표지를, 위험지역에는 위험표지를 각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사고 지점은 'ㄱ'자로 꺽어진 지점이고, 바닷물이 수로 바닥으로부터 약 3m 높이로 차량이 추락할 경우 인명피해가 야기될 수도 있는 곳인 점, 그런데 사고지점에는 원고차량의 진행방향 우측에는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으나, 좌측으로 꺽인 지점부터는 아무런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위험표지판 조차도 없었던 점,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하면 야간 통행에 특히 위험한 장소에는 조명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사고지점과 같이 추락위험이 높은 곳에 조명시설과 같은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점, 피고가 사고 이후 좌측으로 꺽인 지점에도 방호울타리를 설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아 도로는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는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A씨가 좌측으로 꺽인 'ㄱ'자 도로에서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하여 그대로 직진을 한 과실과 이와 같은 도로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A씨가 어두운 새벽에 도로를 운전하면서 수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며 사고지점에서 이르러서도 방향을 제대로 틀지 않는 채 그대로 직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