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승강기 운전 정지 안 한 상태서 점검하다가 점검 기사 숨졌어도 사업주 무죄
[형사] 승강기 운전 정지 안 한 상태서 점검하다가 점검 기사 숨졌어도 사업주 무죄
  • 기사출고 2019.08.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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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승강기 점검은 승강기 운전 전제…과실 인정 어려워"

울산지법 김주옥 판사는 최근 승강기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을 하던 근로자가 승강기 균형추와 벽체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 작업을 지시한 승강기 보수업체 대표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8고단3335).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승강기 보수업체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사는 작업장 조도를 최소 75럭스 이상으로 맞추고 근로자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 승강기 운전을 정지해야 하는 안전관리의무 위반이라고 기소했으나, 김 판사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상 조도유지의무는 사건이 발생한 공장 소유자에게 있을 뿐 승강기 점검업무의 수급인에 불과한 피고인들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승강기 점검업무가 승강기의 운전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므로 당시 승강기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업무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바로 피고인들에게 과실이 있다거나 승강기정지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 11월 23일 오전 10시쯤 울산 남구에 있는 D사의 울산공장 DPP 사업장에서 소속 근로자인 B(34)씨와 C씨로 하여금 화물용 승강기의 기계실, 구동기(Lift Machine), 풀리공간, 카 실내, 카 상부, 피트(Pit) 등에 대한 월간 정기점검 작업을 하게 했다. D사는 이에 앞서 A씨의 업체에 월 13만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고 2017년 1년간 화물용 승강기 2대에 대하여 자체점검을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승강기 보수 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카 상부의 점검용 조작반에서 카를 조작하고, B씨는 피트 내부로 들어가 카가 최상부에서 최하부까지 부분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레일 상태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승강기의 운전은 정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업장소가 어두워 C씨가 미처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카를 올리는 바람에 B씨가 균형추와 벽체(브라켓)에 끼였고, 같은날 오전 11시 5분쯤 심장눌림증으로 숨졌다. 사고 당시 작업면의 조도는 28럭스로 최소 규정 조도인 75럭스 미만이었다. 안전보건규칙 8조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A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먼저 승강운전정지의무와 관련,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92조 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수송기계의 검사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하나, 이 규정을 기계가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하여 반드시 기계를 운전하면서 검사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검사에 통상 수반될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위험을 이유로 처음부터 기계를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검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채택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반드시 기계를 운전하면서 검사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기계의 운전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을 초과하는 특별한 객관적 위험이 이미 발생하였거나 예견되는 경우에 한하여 운전정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승강기 점검은 2인 1조로 이루어지며 한 명이 카 상부의 점검용 조작반에서 카를 조작하여 카가 최상부에서 최하부까지 부분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레일 상태 등을 다른 한 명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승강기의 운전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여 점검하는 작업 즉, 승강기의 운전을 필수로 하는 점검 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승강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 작업을 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규정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바, 공소사실에는 승강기 점검 작업 당시 그와 같은 작업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을 초과하는 특별한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예견되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달리 그와 같은 위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도유지의무에 대해서도, "(사고가 발생한) 승강기와 승강기가 설치된 공장의 소유자로서 승강기 관리주체인 D사는 법률에 따라 이 승강기에 대한 정기적인 자체점검의무가 있는 반면, A씨의 업체는 D사와의 대행계약에 따른 일시적 점검의무를 부담할 뿐인 점, 승강기 점검업무의 수급인에 불과한 A씨의 업체에게 도급인인 D사의 공장 시설 일부인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사고 후 D사가 승강로 하부에 안전보건규칙의 기준을 충족하는 조명을 설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승강로에 대한 조도유지의무는 A씨의 업체가 아닌 D사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승강로를 A씨의 업체의 근로자들이 상시 작업하는 장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업주는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소속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에도 작업에 적합한 조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는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안전조치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이 사건 당시 피해 근로자는 손전등을 사용하여 작업한 것 보이는바 공소사실 기재 작업면 조도 28럭스는 승강장에 설치된 조명에 의한 조도를 사고 후 측정한 값에 불과하고 작업 당시의 조도에 관하여는 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피고인 A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