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국가가 강제회수 가능"
[민사]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국가가 강제회수 가능"
  • 기사출고 2019.07.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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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주본 소장자 청구이의소 기각 확정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인 배익기씨가 문화재청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상주본 확보를 위해 강제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상주본이 있는 곳은 배씨만이 알고 있어 실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월 11일 배씨가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지 말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의 상고심(2019다228261)에서 배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는 2008년 "집을 수리하다가 훈민정음을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세상에 공개했으나, 골동품업자인 조 모(2012년 사망)씨가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민형사 소송이 벌어졌다. 조씨는 배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매입하면서 상주본까지 몰래 가지고 가는 방법으로 절취하였다며 대구지법에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배씨의 절취 사실을 인정해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1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배씨는 또 상주본을 훔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2012년 2월 1심에서 징역 10년의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같은해 9월 항소심 무죄판결에 이어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조씨는 숨지기 전인 2012년 5월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문화재청이 상주본을 조씨에게 인도하라는 민사판결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신청, 대구지법이 2016년 12월 승계집행문을 부여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배씨가 "상주본에 대한 절취행위는 무죄가 확정되었으므로 상주본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고, 따라서 이 민사판결의 집행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원고가 무죄를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어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배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의 무죄판결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결국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상주본의 소유권이 원고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확정판결이 집행권원인 경우 청구이의의 소의 이의사유는 변론종결일 후에 생긴 것이 아니면 주장할 수 없고, 이보다 앞서 생긴 사정은 청구이의의 이유로 삼을 수 없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민사판결이 있기 이전부터 상주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므로 이는 민사판결 변론종결일 이전의 사유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드는 사정만으로 이 민사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로서 그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다거나, 원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배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 

이에 배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4조 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