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동업자와 협의 없이 회사 폐쇄 선언, 제품 이전 홈피 공지'만으로 업무상 횡령 처벌 불가
[형사] '동업자와 협의 없이 회사 폐쇄 선언, 제품 이전 홈피 공지'만으로 업무상 횡령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9.06.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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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실제 폐업 사정 등 없어…불법영득의사 단정 곤란"

동업자들과의 협의 없이 동업 회사의 폐쇄를 선언하고, 자신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동업 회사의 제품이 매각 · 이전되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한 것만으로는 동업 회사 제품에 대한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후 실제로 회사를 폐업했다거나 회사 제품을 보관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5월 30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서석해 동화그룹 회장(67)에 대한 상고심(2019도3932)에서 이같이 판시, 서 회장이 임의로 양도한 제품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 회장은 2015년 11월 김 모씨 등 4명과 함께 통증해소칩 제품의 생산, 판매와 연구개발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하고 동업관계로 동화바이오제약(구 요덕고신농업기술)을 설립했으나, 2016년 2월부터 5월까지 동업자 중 한 명이 전사작업을 하여 출고한 M제품 42만 8160개를 자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한국동화바이오제약과  동화바이오제약이 사무실과 창고 등을 함께 사용하는 의정부시의 동화프라자 4층에 판매 등의 목적으로 업무상 보관했다. 이어 동업자들의 만장일치에 의하여야만 동업이 해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5월 23일 오전 8시 30분쯤 아무런 협의 없이 동업자들에게 회사 폐쇄를 선언하고, 한 달 뒤 한국동화바이오제약 회사 홈페이지에 "동화바이오제약은 2016년 6월 20일부로 폐업하고, M재고제품 일체는 한국동화바이오제약으로 매각 · 이전되었다"라는 내용의 글을 공지했다. 이에 검찰이 서 회장이 동업계약에 따라 보관하고 있던 동화바이오제약 소유 4억 2816만원의 M제품 42만 8160개를 한국동화바이오제약으로 임의로 이전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서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M제품들은 동화바이오제약의 소유이고, 피고인은 동화바이오제약의 대표이사였으므로, 위 제품들의 처분 등 회사의 영업에 관한 행위를 할 권한이 있었고, 회사 폐쇄를 선언하고, 한국동화바이오제약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한 이후에, 피고인이 실제 동화바이오제약을 폐업했다거나 폐업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M제품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않았다"며 "피고인이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회사 폐쇄를 선언하고, 한국동화바이오제약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에게 동화프라자 4층에 보관되어 있던 M제품들 전부에 대해서 자기 또는 한국동화바이오제약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이를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로 기소한, 서 회장이 2016년 7월부터 11월까지 8회에 걸쳐 569만 6000원 상당의 M제품을 임의로 돈을 받고 양도한 혐의(업무상 횡령)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부터 법무법인 원이 서 회장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