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건물주 갑질'이라고 적은 전단지 배포했어도 모욕죄 무죄
[형사] '건물주 갑질'이라고 적은 전단지 배포했어도 모욕죄 무죄
  • 기사출고 2019.06.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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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회적 평가 저하시킬 만한 표현 아니야"

건물을 빌려 미용실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건물주 갑질'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전단지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모욕죄에 해당할까.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5월 30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임차인 박 모씨(57)에 대한 상고심(2019도1547)에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2016년 1월경 대구 중구에 있는 건물 1층을 빌려 H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그해 5월경 이 건물을 사들인 이 모씨와 건물 화장실 사용 문제,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가는 문제 등으로 다툼이 생기게 되었다. 박씨는 이듬해인 2017년 8월경 '건물주 갑질에 화난 H원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 이중 100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15장을 2017년 11월경부터 2018년 1월경까지 H미용실 정문에 부착하여, 마치 이씨가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세입자인 박씨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이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형법 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건물주의 관계, 피고인이 이와 같은 표현이 기재된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과 전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하였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원심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