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배심원들, 특허 무효 결론 잘 안 내려"
"미 배심원들, 특허 무효 결론 잘 안 내려"
  • 기사출고 2019.06.0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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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Latham & Watkins, '미국 특허소송의 최근 동향' 컨퍼런스

법무법인 태평양이 5월 15일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미국 로펌 레이텀앤왓킨스(Latham & Watkins)와 함께 '미국 특허소송의 최근 동향'이란 주제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미국 특허소송의 최신 동향을 소개,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자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한 취지로, 기업체 등에서 약 150명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모두 4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순서대로 소개한다.

제1세션

첫 번째 세션에서는 레이텀앤왓킨스의 마이클 모린(Michael Morin) 변호사가 '재판까지 가지 않고 승소할 수 있는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모린 변호사는 레이텀앤왓킨스 지적재산권 소송 분야의 글로벌 공동대표로, 20년 이상 다양한 특허소송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이다. 모린 변호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특허소송이 진행될 경우 배심원 재판 이전 단계에서의 조기 종결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15일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 로펌 레이텀앤왓킨스가 공동 주최한 '미국 특허소송의 최근 동향'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기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미국 특허소송 실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15일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미국 로펌 레이텀앤왓킨스가 공동 주최한 '미국 특허소송의 최근 동향' 주제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기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미국 특허소송 실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우선 소송 초기에 원고가 특허권자가 아니라는 주장, 피고에게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가 있다는 주장, 관할 위반이라는 주장 등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사유를 주장하여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전략에 대해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소송 초기에 이송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이송을 통해 피고에게 유리한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모린 변호사가 소개한 내용은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특허청에서 무효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원고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고, 같은 주장을 법원에게 하기 어려워지는 등의 리스크가 있으나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킬 수 있고 특허권자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할 수 있으며 소송 진행을 중지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모린은 이어 추상적인 아이디어 등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특허로 등록되었으므로 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방안, 특허청구항 해석에 따르면 침해가 아님이 명백하다는 주장을 하는 방안, 피고에게 유리한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받는 방안 등을 통해 소송을 종결시키는 전략 등에 대해 소개했다.

원고 전략도 소개

모린 변호사는 원고가 활용할 수 있는 소송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침해가 명백하도록 하는 방향의 특허청구항 해석을 주장하는 방안, 침해나 유효성에 대한 약식판결을 받는 방안,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 등이 원고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제2세션

두 번째 세션에서는 태평양의 김태균 변호사, 강한길 미국변호사가 레이텀앤왓킨스의 케빈 윌러(Kevin Wheeler) 변호사와 함께 '디스커버리 대응 실패 사례: 배워서 예방하자'를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삼성전자 IP 센터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강한길 변호사가 미국 소송의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개별적인 증거를 스스로 선택하여 제출하고, 상대방도 이러한 증거만을 제공받게 되는, 한국 소송의 증거제도와 달리 소송의 상대방이 요청하는 자료를 모두 제출해야 하는 것이 특징으로, 강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가 생소하여 잘못 대응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대응을 잘못하는 경우 작게는 증명하려는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간주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패소 판결까지 가능하므로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방 변호사만 볼 수 있어

케빈 윌러 변호사는 한국 기업을 대리하다 보면 기업의 비밀정보가 상대방에게 제공되는 것을 우려하여 자료 제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자료들은 상대방 변호사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보호명령(protective order) 하에 제공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김태균 변호사는 미국 소송에 대응할 때는 소송 초기에 증거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소송 당사자인 기업 내에서 그러한 조치를 하도록 통지하는 절차(증거보전통지: litigation hold notice)에 대해 설명했다. 증거보전통지는 소송이 시작되거나 시작될 것으로 합리적 예측이 가능한 경우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원고의 경우 소송을 준비하면서부터 그러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피고의 경우 소장이 송달되지 않았더라도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게 된 경우나 특허권자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경우에도 그러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김태균 변호사가 디스커버리 대응에 실패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Klipsch v. ePRO E-Commerce 사건은 피고(ePRO E-Commerce)가 디스커버리에 불성실하게 대응하여 법원이 원고(Klipsch)로 하여금 피고의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분석비용이 270만 달러가량 발생하였다.

분석비용 피고에게 부담시켜

그 외에 GN Netcom v. Plantronics 사건과 U.S. ex rel. Proctor v. Safeway, Inc. 사건도 소개하였다. 전자는 소송 당사자의 임원이 관련 증거를 삭제하여 그에 대한 제재가 내려진 사건이었고, 후자는 소송당사자가 관련 없는 자료를 대량으로 제출하여 법원이 당사자로 하여금 제출한 자료의 관련성을 검토 분별하여 다시 제출하라고 한 사건이다.

윌러 변호사는 문서 제출 외에 다른 디스커버리 제도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소송당사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물어보는 서면질의(interrogatories)에 대해서는 준비할 시간이 많으니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잘 준비할 필요가 있고, 서면 제출 후 추가로 확인되는 정보가 있으면 해당 정보를 추가로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또 법원의 관여 없이 당사자들이 진행하는 증인신문 절차인 증언녹취(deposition)에 대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강한길 변호사는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증언녹취에서 통역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언녹취 준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진행에 있어 유능한 통역사를 통한 원활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스커버리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면 그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내려지지 않더라도 법원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이는 소송 결과에도 좋지 않게 작용한다. 이 세션에서 발표자들이 거듭 당부한 내용이다.

제3세션

세 번째 세션에서는 태평양의 강기중 변호사와 레이텀앤왓킨스의 더글러스 루미쉬(Douglas Lumish) 변호사가 '미국 특허 배심재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사람은 미국 특허소송 시 배심원들이 선정되는 과정과 배심원의 역할에 대한 분석, 나아가 실제 배심원들이 어떻게 의견을 결정하는가에 대해서까지 미국 특허 배심재판의 전체 과정을 보다 상세히 전달하며 소송 절차에 대한 실무자의 이해를 높였다.

삼성전자 IP 법무팀장 역임

강기중 변호사는 먼저 여러 건의 미국 배심재판에서 사내변호사로서, 당사자의 입장에서 배심재판을 방청하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했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 지적재산권 총괄연구관, 삼성전자 IP 법무팀장 등의 경력을 포함해 다수의 미국 배심재판 법정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강 변호사는 미국 배심재판은 그 진행상 원고가 먼저 증거를 제시하고 피고가 이를 반박하는 순서로 진행되고, 법정에서 방청을 하면서 배심원들이 노련한 양쪽 변호사들의 주장 입증에 따라 심증이 형성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라고 실감 나게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재판실무와 관련해서, 미국 배심재판은 한국과 달리 판사가 아닌 배심원들이 법정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특허침해 유무, 특허의 무효 여부와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데, 미국법상 특허권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 특허의 침해 유무와 손해배상액의 입증 정도가 상대방(피고)이 입증을 해야 하는 특허무효보다 완화되어 있어서, 배심원들은 특허가 무효라는 결론을 잘 내리지 않고 침해와 손해배상액의 액수는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미국 배심재판에 임하게 되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배상액 산출근거 기재 불필요

그는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과 미국 대기업에 대하여 최대 1조원 가까운 금액의 손해배상액이 인정된 몇 가지 사례를 실제 평결문(아래는 세기의 특허소송이었던 삼성과 애플 사이의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소송에서 2012. 8. 24. 배심원이 작성한 평결문의 일부임)과 함께 보여주며, 배심원들이 이와 같은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데에는 배심원 평결문에 최종 손해배상액수만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을 뿐 한국 판결과 달리 그와 같은 금액의 산출근거를 기재할 필요가 없는 점, 즉 평결문 양식이 Black Box처럼 되어 있는 것이 한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애플 사이에 진행된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배심원들이 메모한 손해배상액수. 산출근거는 없이 총액만 기재되어 있다.
◇삼성과 애플 사이에 진행된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배심원들이 메모한 손해배상액수. 산출근거는 없이 총액만 기재되어 있다.

다음 발표자로 나선 더글러스 루미쉬 변호사는 미국 배심재판은 미국 헌법상 보장된 제도이고 미국 국민 누구나 적극적으로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므로 그 제도 자체의 유용성에 대하여는 사실상 논의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면서, 법정에서 변호사들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을 상대로 변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야 하는가를 배심원 선정절차부터 최종 변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일관성 있는 story telling 중요

예를 들면 특허재판은 복잡한 기술적인 사항을 담고 있으므로 배심원들이 지루하지 않고 쟁점을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일관성 있는 story telling이 중요하고, 배심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손해배상액의 결정과 관련, 루미쉬 변호사는 모의 배심재판 등을 통하여 경험한 내용이라며, 배심원들은 특허권자가 제시하는 손해배상액과 피고가 제시하는 손해배상의 중간 액수를 출발점으로 삼은 다음 원고(특허권자)와 피고의 입증을 감안해서 손해액을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되고, 최대한 공정하게 보이도록 주장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반대로 피고의 입장에서는 원고(특허권자)의 손해배상전문가 증인이 터무니없이 큰 손해액을 법정에서 제시하지 못하도록 배심재판에 이르기 전에 법적으로 충분히 다투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형사재판과 달리 특허소송의 배심재판에서는, 미국 법원이 기술적인 사항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법률이나 기술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에 의한 재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배심재판의 결론이 항소심에서 번복될 확률이 매우 낮으므로, 배심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협상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4세션

네 번째 세션에서는 '당신의 회사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 수입금지 조치를 당한다면'을 주제로 케빈 윌러 변호사가 발표를 이어갔다.

회피설계 제품 제시해 대응

그가 소개한 대응방안의 요지는, 특허침해를 구성하지 않는 회피설계 제품을 미국 ITC나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CBP)에 제시하여 수입이 허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윌러 변호사는 두 기관에서의 대응방안을 비교 설명하며 참석자들에게 수입금지 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팁을 제공했다.

4개의 세션이 진행 된 후 Q&A 시간이 주어졌다. 한 참석자가 미국 소송에 대응하여 증거보전조치를 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김태균 변호사는 법에 정해진 것은 없고, 개별 사안에서 법원이 당사자가 소송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던 시점이 언제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번엔 미국 소송에서 디스커버리 대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나 변호사가 소송전략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경우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레이텀앤왓킨스의 세 변호사는 미국변호사가 그렇게 하면 자격 박탈까지 가능한 심각한 제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는 것이 법원에 대해 당사자의 진실성을 보여줄 수 있는 측면에서 소송결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강기중 변호사도 미국변호사가 자료를 숨기면 해당 로펌에게도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제출하는 것은 미국 법정에서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게 되고, 이러한 특정 기업 및 국가에 대한 나쁜 평판은 한국 기업의 상대방이 되는 변호사들에 의하여 장기간 계속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