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다른 사람 도안 베껴 아파트에 조형물 설치…저작권법 위반 유죄"
[지재] "다른 사람 도안 베껴 아파트에 조형물 설치…저작권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05.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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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안만 존재해도 미술저작물"

도안으로만 존재하는 작품도 미술저작물에 해당하므로 다른 사람이 창작한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해 조형물을 만들면 '저작물 무단복제'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5월 10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5974)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1년 5월 충남 아산시 배방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예술작품을 설치해야 하는 이 아파트 건설사로부터 조형물 5개의 설치에 따른 디자인 대가로 2445만원을 받고 조형물을 설치하게 되자, 조각가 B씨가 창작한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해 아파트 단지 내에 조형물 2개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자 상고했다. A씨는 B씨의 '무지개공간'이라는 제목의 도안에서 밑받침 돌 부분만 일부 바꾸어 '미래의 꿈'이라는 제목을 붙여 설치하고, B씨의 '미래를 위한 행복'이라는 제목의 어른 2명과 아이 2명 형태의 도안에서 아이 2명 형태 부분만 제거하고 '상생'이라는 제목을 붙여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저작권법의 관련 규정상 건축물이 아닌 경우에는 설계도면에 따라 입체 모형을 만들더라도 저작권법상의 '복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B씨의 작품을 내가 입체 조형물로 만든 이 사건의 경우 저작권법상의 '복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2조 22호는 "복제는 인쇄 · 사진촬영 ·  복사 · 녹음 · 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4조 1항 4호는 또 미술저작물의 일종으로 응용미술저작물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2조 15호에서 응용미술저작물에 관하여 '디자인을 포함하여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복제에는 도안이나 도면의 형태로 되어 있는 저작물을 입체적인 조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도 포함하고, 저작권법 2조 22호의 후문은, 저작물인 '건축물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시공하더라도 복제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는 확인적 성격의 규정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도안에 따라 조형물을 제작한 것이 피해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단으로 사용한 피해자의) 도안은 조각가인 피해자가 아파트 내 환경조형물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하여 자신의 사상이나 일정한 주제의식을 담아 컴퓨터프로그램으로 그린 창작물인 사실, 이 도안에는 형상화하려는 조형물의 재질과 규격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 누구나 도안만 있다면 도안이 형상화하는 조형물과 동일 또는 유사한 조형물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실, 실제로 피고인 또한 도안에 의거하여 조형물을 제작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피해자의) 도안은 그 자체로 물품에 동일하게 형상화될 수 있는 응용미술작품의 일종이고, 그 이용된 물품(이 사건의 경우 형상화된 또는 형상화될 조형물)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