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분쟁 사실상 승소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 WTO 분쟁 사실상 승소
  • 기사출고 2019.04.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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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협정에 합치한다"
1심 판정 뒤엎고 일본 청구 기각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를 둘러싼 일본과의 WTO(세계무역기구)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상 승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4월 11일(현지시간), 1심 당시 일본 측이 제기한 4개 쟁점(차별성 · 무역제한성 · 투명성 · 검사절차) 중 일부 절차적 쟁점(투명성 중 공표의무)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하고 한국 정부의 수입규제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일본에 대한 현행 수입규제조치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후쿠시마 주변 일본 8개현의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이 금지되고, 모든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17개 추가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된다.

1심에선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검사 수치를 기초로, 일본과 제3국 간 위해성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식품에 대해서만 수입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SPS 협정상 금지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상소기구는 일본과 제3국의 상황이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식품의 방사능검사 수치만을 고려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판정했다. 즉,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잘못된 기준에 의거해 우리 조치가 협정위반이라고 한 1심 판정을 파기했다. 또 우리나라의 적정한 보호수준(ALOP)은 정성적 요소를 포함한 3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1심은 이중 정량적 기준인 1mSv/year만 적용하여 한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무역제한적이며 일본이 제시한 대안적 조치로도 한국의 보호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정하였으나, 상소기구는 1심이 한국 ALOP의 다른 2개의 정성적 기준(자연방사능 수준, 달성가능한 최대로 낮은 수준)을 같이 검토하지 않은 것이 잘못되었다고 판정했다.

잠정조치와 관련해서도, 1심은 우리나라의 조치가 임시적으로 시행하는 잠정조치 요건을 만족시키기 못한다고 판단했으나, 상소기구는 제소국인 일본이 제기하지도 않은 사안을 판단한 것은 패널의 월권이며 잘못되었으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정했다.

상소기구가 1심 판정을 인용한 것은 절차상 조치의 불명확성으로, 한국이 수입규제조치 관련 정보를 불명확하게 공개한 부분에 대해 협정 위반으로 본 1심 판정은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한국이 수입규제조치 관련 '문의처(enquiry point)'를 적절히 설치하지 않았다는 1심 판정은 파기했다.

일본과의 WTO 다툼은 2011년 3월 1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우리 정부가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 즉, 수입 시 방사능 검사, 일부 품목 수입금지를 취하면서 시작되었다. 2013년 8월 8일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유출 발표 후 우리 정부는 9월 9일 ①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금지 ②일본산 식품에서 세슘 미량 검출 시 추가 17개 핵종 검사증명서 요구 ③국내외 식품에 대한 세슘 기준 강화 (370→100Bq/kg) 등 임시특별조치를 시행했고, 이에 일본 정부가 2015년 5월 ①8개현 수산물 28품목 수입 금지와 ②모든 일본산 수입식품 검사 결과 방사능 미량 검출 시 추가 17개 핵종 검사 요구에 대해 WTO에 제소하면서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되었다.

1심에선 우리 정부가 졌다. 1심인 WTO 패널은 2018년 2월 일본 측이 제기한 4개 쟁점 중 차별성 · 무역제한성 · 투명성에서 WTO 협정에 불합치하고, 검사절차만 합치한다고 일본 측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우리 정부가 2018년 4월 상소를 제기해 이번에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판정을 뒤엎고 승소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만 국민 여러분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욱 촘촘히 검사하는 등 수입식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에도 우리의 검역주권과 제도적 안전망을 계속 유지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산 농 ·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결과'는 식약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