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별기고] 러시아를 통한 남북러 사업 투자진출 방안
[리걸타임즈 특별기고] 러시아를 통한 남북러 사업 투자진출 방안
  • 기사출고 2019.04.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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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변호사, "중 · 러 통한 간접 · 공동투자 고려해야"

현재 북한은 유엔의 다자간 제재와 미국을 필두로 한 개별 국가의 단독 제재에 처한 상황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전문가들과 국내 기업들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 및 미국 · 중국 ·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협력을 조심스레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금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어떠한 합의도 없이 끝났다. 현재는 미국, 한국, 북한 모두 상황을 지켜보며 새로운 접점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과 무역 문제로 대립을 하고 있는 중국과는 별도로 러시아와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승민 변호사
◇이승민 변호사

모스크바서 정부간 위원회 개최

3월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 · 러 통상경제 · 과학기술협력 정부간 위원회가 개최되어, 북 · 러간 경제 및 인도주의 분야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년 여름 전에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현실적인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인해 2018년 북 · 중 무역 총액은 24억 3,079만 달러로, 2017년 대비 51.9%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협력 요청 모양새

이에 반해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달리 러시아의 북한 내 사업 이권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기에 러시아는 북한 투자사업에 있어 한국과의 협력을 요청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로서는 자금과 기술이 있는 한국과 공동으로 북한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한 투자와 관련하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의 직접 투자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 단독으로 진행하는 직접 투자사업은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따라 사업 안정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의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한국이 해당 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유엔의 대북제재 강화 기조 속에서도 해당 사업이 예외로 인정되었듯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참여는 북한 사업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입장에서는 남과 북의 직접 협력, 중국을 통한 간접 협력 외에도 러시아를 통한 간접 협력의 틀과 루트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이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의 핵심지역인 러시아 극동지역을 교두보 또는 거점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서도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러시아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고려한 제도적 검토 및 전략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러시아 사업환경 변화 추이

세계은행(World Bank)은 매년 전 세계 190개 국가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Ranking)를 조사하여 발표한다. Doing Business 통계가 작성된 2008년 러시아의 순위는 118위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에는 124위까지 하락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세계경제 회복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제도 개혁정책에 힘입어 러시아의 순위는 2014년 54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31위에 올랐다.

2018년 기준 31위

최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주요 대상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순위와 비교해 보더라도-중국(46위), 베트남(69위), 인도네시아(73위), 캄보디아(138위), 미얀마(171위)-러시아의 사업환경이 현저하게 개선되었음이 확인된다. 국제기구의 공식 통계가 실제 기업환경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순위보다 러시아의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경향성 및 흐름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 주요 투자우대제도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몇 가지 주요 투자우대제도를 만들었다. 즉, '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이다. 선도개발구역은 「러시아 선도사회경제개발구역에 관한 연방법률」 그리고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은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에 관한 연방법률」에 의해 각각 설치되었다.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도 특별경제구역제도가 있었으나 제도의 효율성에 대해서 러시아 내부적으로 논의와 비판이 있었고, 신동방정책을 위해서는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방침에 따라 새로운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다.

현재 선도개발구역은 극동 지역 18곳이 지정되었고, 그 중에서도 연해주(러시아어명 '프리모르스키 크라이州')에는 4곳이 지정되었다. 한편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은 극동지역 내 22개 구역이 지정되었고, 그 중에서 연해주는 16곳이 지정되었다.

선도개발구역 및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우대제도는 ①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②저렴하게 기초 인프라와 토지를 공급하고, ③외국인 채용을 포함한 근로자 채용을 용이하게 하고, ④전반적인 행정 간소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주요 혜택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페이지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다.

◇선도개발구역 ·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우대제도
◇선도개발구역 ·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우대제도

마즈다 등 36개 기업 입주

현재 대부분의 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지역에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고 도시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나제쥐진스카야' 선도개발구역의 경우, 블라디보스톡시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마련되어, 이미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즈다를 포함한 러시아 국내외 36개 기업이 입주하여 생산 및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러시아를 통한 투자 사업 사례-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북한과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체육 분야를 포함하여 교류 · 협력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러시아와 북한 정부는 정부간 조약을 통해 투자 및 교역을 촉진하고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대표적으로 투자와 교역과 관련하여 체결된 조약은 ①러 · 북 투자촉진 및 투자상호보호에 관한 협정(체결 1996. 11. 28, 시행 2006. 1. 9), ②러 · 북 이중과세 방지 협정(체결 1997. 9. 26, 시행 2000. 5. 30), ③러 · 북 관세업무 협력 협정(체결 2003. 10. 8, 시행 2007. 12. 13)이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석탄을 북한 내 철도(두만강-나진)를 거쳐 북한 나진항에서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철도 및 항만을 개보수하여 운영하는 물류사업이다. 그간의 사업 진행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2008. 6. 16 북한법률에 따라 북한 내 라선콘트란스 합영회사 설립
②2013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컨소시엄 구성, 라선콘트란스 합영회사의 러시아측 지분 49% 인수 방안 검토
③2013. 11 한러 기업간 MOU 체결. 한러 SPC 설립을 통해 라선콘트란스 합영회사의 러시아측 지분 49% 인수 추진
④2014. 7 나진항 3호 부두 건설 완료
⑤2015. 12 3차에 걸쳐 석탄 시범운송 실시
⑥2016. 1 북한 제4차 핵실험으로 사업 중단

유엔 제재 예외

현재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포함하여, 개별 국가들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미국의 대북제재는 범위 및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2371호 결의안(2017. 8. 5)과 제2375호 결의안(2017. 11. 11)이 있다. 제2371호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 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하여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또는 8개 결의에 의해 금지되는 활동을 위한 소득 창출과 무관할 것을 조건으로, 수출국이 신뢰할만한 정보에 기반하여 북한 밖을 원산지로 하고, 오직 나진항으로부터 수출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을 통해 운송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석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음을 결정한다는 면제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제2375호 결의안은 북한의 법인 및 개인과의 신규 및 기존 합작사업을 금지하고, 기존의 기설립된 합작법인은 결의안 채택일로부터 120일 이내 폐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러시아산 석탄의 수출을 위한 나진-하산 철도, 항만 관련 러시아와 북한간 사업 합작회사에 대해서는 폐쇄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되어 있다.

한국, 미국 독자 제재

유엔 제재와 별개로 한국은 2016. 3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국내 입항규제기간을 180일로 제한하였고, 2016. 12 입항규제기간을 180일에서 1년으로 확대하였다. 미국도 2017. 9 대통령 행정명령 제13810호를 통해 북한에 착륙했거나 입항했던 항공기와 선박, 그리고 그러한 선박과 선박간 운송에 관여했던 선박에 대해서 이후 180일 동안 미국 착륙 · 입항을 금지한 바 있다.

이러한 제재조치로 인해 유엔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예외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한 한국과의 협력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제제를 통한 미국의 적국에 대한 대응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H. R. 3364: CAATSA)」을 제정하면서 CAATSA 제226조 내지 제228조에 걸쳐 외국인에 대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 근거 조항을 마련하였다. CAATSA 제228조는 미국인 및/또는 미국 내 거래는 아니라 하더라도 외국인/외국법인의 경우에도, 거래 행위 조건(정황/배경) 및 효과(결과)에 대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제재대상(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SDN) 및/또는 산업분야별 제재대상(Sectoral Sanctions Identification, SSI) List 등재자 또는 그의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를 위하여 또는 대리하여 상당한(significant) 거래를 용이(facilitate)하게 하였거나, 기만적(deceptive) 또는 구조적(structured)인 거래를 한 외국인/외국법인에 대하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 OFAC)에 따르면, 해당 거래 및 금융거래가 '상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거래와 관련된 사실 및 거래 전반에 관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특히 ①거래 규모와 횟수 ②거래 성격 ③경영진의 인식수준 및 해당 거래가 지속적, 반복적 거래의 일부였는지 여부 ④해당 거래와 제재대상자 간의 관계 ⑤해당 거래가 법적 목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⑥거래에 기만적인 행위가 포함되었는지 여부 ⑦기타 개별 거래별로 재무장관에 의해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요소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며, '용이하게 하는 행위'는 ①통화, 금융상품, 유가증권 또는 기타 가치의 제공 ②구매, 판매 ③운송 ④교환 ⑤중개 ⑥자금 조달 ⑦승인 ⑧보증 ⑨기타 서비스의 제공 ⑩노무의 제공 ⑪소프트웨어, 기술 및 기타 상품의 제공과 관련된 활동 및 거래에 대한 모든 지원행위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제재 채택 과정에서 러시아의 요구로 예외로 인정된 사업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와 별개로 각 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를 시행하고 있어, 현재 실제 사업 추진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북미 그리고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즉각적으로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론 및 시사점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북핵이나 정치외교적인 사안에서는 북한을 그리고 경제적인 사안에서는 한국과 협력을 중시하는 모양을 보여 왔다. 러시아 정부는 신동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신동방정책의 핵심 지역은 러시아 극동이다. 러시아 극동 지역의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여 경제발전 및 지역균형을 이루고,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목표이다.

한국, 신북방정책 시작

한편 한국은 2017년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 나인 브릿지를 제안하며, '신북방정책'을 시작하였다. 단기적으로 신북방정책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북미간의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는 한국 · 북한 · 러시아간 지역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토대를 조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의 안전성과 신뢰기반이 구축되기 전까지, 한국의 대북 단독 투자는 높은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업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한국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 러시아를 통한 간접투자 또는 중국 · 러시아와의 공동투자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현재 유엔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대북제재를 집행하고 있고, 미국은 단독으로 강력한 대북제재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 기업들은 북미간의 협상 진행 단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대북제재 완화 시를 대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승민 러시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sm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