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공연음란 신고자의 가명 진술서도 증거능력 있어"
[형사] "공연음란 신고자의 가명 진술서도 증거능력 있어"
  • 기사출고 2019.02.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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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섭고 경황 없어 평소 애용 가명 기재"

공연음란 신고자가 가명으로 작성한 진술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31일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진 모(56)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8563)에서 진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진씨는 2017년 7월 21일 오전 3시 30분쯤 서울 성북구에 있는 길거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이 선고되자 "(나를 신고한) A(여)씨의 진술서가 가명으로 작성되었으니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며 항소했다. A씨는 2017년 7월 21일 오전 3시 36분쯤 112에 전화하여 "가게 문을 닫고 있는데, 밖에 남자가 바지를 벗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1도7757)을 인용,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에서처럼 명시적으로 진술자의 인적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진술자의 성명을 가명으로 기재하여 진술서가 작성되었다고 해서 그 이유만으로 진술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A씨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열람을 마친 직후 신원조회결과 다른 이름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여 A씨의 본명이 기록에 곧바로 현출된 점, A씨는 가명으로 진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하여 '너무 무섭고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하는데, 실수로 평소 애용하는 가명을 기재하였다'고 진술한 점, 공연음란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므로, 공연음란죄의 신고자에 대하여는 가명조사가 가능하기도 한 점(성폭력처벌법 2조 1항 1호, 23조 전문,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7조)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진씨는 또 "A씨의 진술서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진술서의 경우 애초에 진술자 자신이 직접 기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A씨가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서를 증인이 작성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이상 증거능력 요건으로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A씨가 원심법정에서 '성기를 보지는 못하였고, 그 부분은 경찰이 쓰라는 대로 했다'고 진술하긴 하였으나, 실질적 진정성립이라 함은 진술의 진위 여부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므로, A씨가 이와 같이 증언하였다고 하여 진술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자체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의 경우 증거능력의 요건 중 하나로 실질적 진정성립을 요구하고 있다(312조 5항, 4항). 대법원은 여기서 실질적 진정성립이라 함은 진술자가 기재한 대로 진술서가 기재되었음을 의미하고, 진술자가 공판기일에서 진술서의 내용과 다른 진술을 하였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2000도2943 판결 참조)는 입장이다.

대법원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판단한 것에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