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정신청 기각 확정 후 유리한 민사판결 나왔어도 기소 부적법"
[형사] "재정신청 기각 확정 후 유리한 민사판결 나왔어도 기소 부적법"
  • 기사출고 2019.02.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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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소법상 '다른 중요한 증거' 아니야"

재정신청 기각이 확정된 후 진행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재정신청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더라도, 재정신청이 기각된 피의사실을 공소사실로 삼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확정된 재정신청 기각결정을 뒤집고 소추할 수 있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2월 28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모(54)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17182)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파기자판을 했다. 공소를 기각한 1심 판결이 맞다는 취지. 법무법인 화우가 1심부터 이씨를 변호했다.

김 모씨는, 2007년 4월경 이씨가 자신 소유의 아파트 10세대에 관한 매매계약에서 정한 잔금지급의무 등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자신을 기망하여 2006년 5월 이 아파트를 매수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잔금 등 45억 623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피의사실로 이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6개월 후인 2007년 10월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이후 김씨가 낸 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김씨가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서울고법은 2008년 4월 재정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했고 그대로 확정되었다.

김씨가 2012년 3월경 이씨를 같은 내용으로 다시 고소,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이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씨가 2009년 9월 서울고법에서 일부 승소한 민사판결과 피해자 진술 등을 새로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에서는 재정신청 기각결정 이후 제출된 증거가 형사소송법 262조 4항 후문에서 말하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형사소송법 262조 4항 후문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여기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재정신청 기각결정 당시에 제출된 증거에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단순히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관련 민사판결에서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그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자료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자체가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서울고법 판결은, 민사적 법률관계의 측면에서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매매계약의 해석, 피고인의 계약위반과 해제의 효력에 관하여 판단한 것으로서, 1심인 서울서부지법 판결과 사실인정과 판단을 달리하여, 피고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고소인의 계약 해제로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인정하였으나, 이 항소심 판결 그 자체는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항소심 판결에서도 피고인의 기망행위나 편취의사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서울고법 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는, 매매계약 당시 피고인에게 기망행위와 편취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새로운 증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은 재정신청 기각결정 이전의 진술과 동일한 취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을 추가로 뒷받침할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매매계약 당시 피고인에게 기망행위와 편취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새로운 증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검사가 새로 제출한 증거들은 기존의 증거들과 종합하여 보더라도 공소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제기는 형사소송법 262조 4항 후문에서 말하는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