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선변호인 선임했는데 검사가 영장 청구하며 이름 빠트려 영장실질심사에 국선변호인 참여 위법"
[형사] "사선변호인 선임했는데 검사가 영장 청구하며 이름 빠트려 영장실질심사에 국선변호인 참여 위법"
  • 기사출고 2019.01.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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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위법 구속 이후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로 못써"

피의자가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는데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변호인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이 사선변호인이 아닌 다른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어 참여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은 사선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피의자심문과 이에 따른 구속은 위법이어 이처럼 위법한 구속 이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되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01조의2 8항에 따르면,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지방법원 판사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1617)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다만 "A씨 구속 이전에 수집된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충분하다"며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9월 8일 태국에 있는 마약 판매책으로부터 국제우편으로 필로폰 약 8.37g을 수입한 혐의로 6개월 후인 2018년 3월 26일 오후 6시 4분쯤 이미 발부되었던 체포영장에 기하여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다음날인 3월 27일 A씨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이 있었고, A씨가 선임한 조 모 변호사가 피의자신문 절차에 참여했다. 그러나 검사가 같은날 오후 서울남부지법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영장 청구서에 조 변호사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아 다음날인 28일 진행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조 변호사 대신 판사가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이 참여했으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항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도 구속영장 청구에 따른 피의자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1심 재판부는 "법원으로서는 사선변호인 선임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심문에 앞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였고 그 변호인의 참여 하에 심문이 이루어진 이상 단지 사선변호인이 참석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변호인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소심 3회 공판기일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 피의자심문 직전에 면담한 변호인은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가 아니었는데, 외국인인 자기는 절차를 잘 몰라서 (원래) 절차를 그렇게 하는 줄 알고 사선변호인의 선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이전에 피의자 본인이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로서는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 란에 변호인의 성명을 기재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로서는 구속영장청구서의 기재에 따라 그 변호인에게 피의자심문의 기일과 장소를 통지함으로써, 그 변호인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이를 위해 체포된 피의자를 사전에 접견하고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와 달리 구속영장청구서에 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체포된 피의자가 자신이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그 변호인도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규정들에 따른 변호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피의자심문이 실시되었다면,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헌법이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을 통하여 보장하는 기본권, 즉 체포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체포된 피의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이 있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피의자심문의 결과 이루어진 구속은 헌법 12조 3항이 정하는 '적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마땅하며, 이 과정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했더라도, 이와 같은 피의자심문이나 그에 따른 구속이 위법하다는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형사소송규칙 95조의2 1호, 95조 2호의 규정과 달리 그 구속영장청구서에는 피고인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형사소송법 201조의2 3항과 달리 피의자심문 기일과 장소가 변호인에게 통지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피고인은 자신이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 심문에 임했다"고 지적하고,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당시 체포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가지는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의 사선변호인으로서도 피의자심문 기일 등을 통지받지 못함으로써, 형사소송규칙 96조의20 1항, 96조의21 1항이 정하는 체포 피의자와의 접견이나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형사소송법 201조의2 4항과 같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였다"며 "이와 같이 부적법한 피의자심문의 결과로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구속은 위법한 것이 되고, 당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그 국선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참여했더라도, 이와 같은 피의자심문이나 구속이 위법하다는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하여 수집된 증거, 즉 (위법한 구속 이후)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2018. 3. 30.자)는 형사소송법 308조의2가 정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와 같은 위법한 구속과 관계없이 그 이전인 통제배달 단계 또는 체포 · 압수 단계에서 수집된 증거들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함에 지장이 없고, 이와 같은 증거들만으로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에 충분하다"며 A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