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가계약금 지급 후 본계약 체결 포기했으면 가계약금 못 받아"
[민사] "가계약금 지급 후 본계약 체결 포기했으면 가계약금 못 받아"
  • 기사출고 2018.12.13 1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법] "본계약 포기하면 가계약금 반환도 포기해야"

부동산을 사고 팔거나 임대차를 할 때 가계약을 맺고 가계약금을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한 후 스스로 본계약의 체결을 포기한 경우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구지법 서부지원 권순탁 판사는 12월 11일 부동산을 매수하려던 A씨가 "가계약금 300만원을 돌려달라"며 부동산의 소유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소21928)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2억 7000만원, 잔금지급일 2018년 10월 중순,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 가계약금은 300만원이라는 B씨의 제안을 받고, 2018년 4월 B씨에게 가계약금 명분으로 300만원을 송금했으나 그후 본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A씨는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1달 정도 달라는 뜻에서 B씨에게 가계약금조로 300만원을 보관했는데, 나의 사정으로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했으므로, 30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권 판사는 먼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그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하여 정립된 법리가 없다. 가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고, 계약금에 비추어 소액이지만 가계약금의 수수까지 이루어지는 만큼 뭔가 구속력이 있겠지만,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약간은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가계약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들이 가계약에 이른 경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가계약의 체결은 본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하여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경우는 합의내용에 대한 별도의 서면을 작성하지 아니한 채 '빠른 시일 내에 본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본계약 체결 이전에 가계약을 체결하는데,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가계약에 있어서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가계약금에 관한 인식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다음과 같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며 "매매계약의 경우를 예를 들어 매매의 가계약을 체결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제도는 매도인보다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며, 본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할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으로 정해지고, 매수인은 그 기간 내에 본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데, 매도인은 매수인의 본계약 체결요구에 구속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매매계약 체결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매수인은 일방적인 매매계약 체결요구권을 가지는 대신 매수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반환 역시 포기하여야 하는데, 이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인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하고, "매도인이 매매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매수인은 매매계약 체결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매수인의 의사에 따라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때 정해진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위와 같은 내용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된 공감을 정리한 것이고,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본계약의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원고는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