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실혼 부인에 '나 죽으면 차 팔아 생활비로 쓰라' …차 팔아 썼어도 횡령 무죄
[형사] 사실혼 부인에 '나 죽으면 차 팔아 생활비로 쓰라' …차 팔아 썼어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18.12.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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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증여계약 체결된 것으로 봐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편이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사실혼 부인에게 "내가 죽으면 차를 팔아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약 열흘 후 남편이 사망하고 부인이 차량을 팔아 판매대금을 생활비로 썼다면 횡령죄에 해당할까. 대법원은 남편과 부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은 10월 25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실혼 부인 손 모(여 · 59)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0823)에서 횡령죄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백 모씨는 2004년 12월부터 손씨와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간암 진단을 받아 2016년 3월 26일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손씨에게 "내 만트랙터 1대와 콤비네이션샤시 1대를 처분하여 내가 죽고 나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라"고 말하고, 이틀 후 김 모씨에게 전화하여 "이 차량들을 매도하여 손씨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3월 31일 손씨를 통해 백씨로부터 차량의 매도위임장, 신분증 등을 전달받았다. 백씨가 1주일쯤 지난 4월 5일 사망하자 김씨는 다음날 미리 받아놓은 백씨의 위임장을 근거로 백씨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차량들을 매도하고, 매도대금 4200만원을 손씨 명의의 새마을금고 통장으로 입금했다. 손씨는 이 돈을 생활비로 썼다. 그러나 백씨의 유일한 상속인인 딸의 상속재산에 속하게 된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백씨는 2016. 3. 26.경 피고인에게 차량을 처분하여 피고인의 생활비로 사용하라는 취지로 말함으로써 차량 또는 처분대금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무렵 백씨와 피고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백씨에게는 차량이나 처분대금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했고, 한편 백씨가 2016. 4. 5. 사망함에 따라 백씨의 상속인인 백씨의 딸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이와 동시에 백씨의 딸은 증여계약에 따라 백씨가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명의의 새마을금고 통장으로 차량의 매도대금 4200만원이 입금되었으나, 이는 증여계약에 따라 백씨 또는 백씨의 딸에게 매도대금 42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피고인에게 대금이 송금된 것으로, 피고인으로서는 증여계약의 이행에 따른 금원을 수령한 것으로 생각하였을 뿐이지 더 나아가 백씨의 딸을 위하여 이 금원을 보관한다는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로 차량의 매도대금 42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